성원모 < 한양대 교수 > 베트남15-1 광구 개발의 의미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20년 석유개발 역사를 먼저 더듬어 보자. 지난 70년대말 이후 우리나라는 석유공사를 설립해 국내 대륙붕과 해외 석유개발을 시도했지만 전문인력과 제도적 인프라(기반시설)의 미흡으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국 울산 앞바다 60㎞ 지점의 동해-1 가스전에서 가스를 발견해 지난해에 개발선포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늦어도 2003년부터는 생산을 하게 된다. 해외 석유개발에 있어서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익성이 크긴 하나 성공률이 극히 낮은 탐사광구에만 집중해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전략적으로 진출지역을 다각화하고 기 개발 및 생산광구에도 진출하면서 잇따른 성공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최근 2년간에 걸쳐 리비아 및 베트남에서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한 대규모 유전을 연속해서 발견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대성공한 베트남15-1 광구에서 나온 원유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원인 중동의 두바이산 원유보다 유황성분이 적은 양질의 경질유다. 이 유전은 이번에 국제적으로 상업성을 선포한데 이어 2003년말부터 생산에 나설 예정이어서 크게 기대되는 사업이다. 특히 해외 유전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마음대로 들여올 수 있는 원유가 연간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원유자주개발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유전개발에 따라 자주개발률은 기존의 1.9%에서 3.8%로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세워 놓은 2010년의 자주개발률 목표(10%)에는 턱없이 못미치는데다 일본의 15%에 비교하더라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남은 9년 동안 10%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탐사광구의 사업이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탐사.개발 기간이 7∼8년 이상 걸리는 점에 비춰 앞으로 3∼4년 동안은 투자비 회수기간이 빠른 개발 및 생산광구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산 측면에서 석유수입 부과금이 주된 재원인 에너지 및 자원산업 특별회계 예산뿐 아니라 특별히 예산을 추가 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비중이 실려 있지만 이들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비축유 증대,해외 유전개발 등도 추진되고 있지만 유전개발은 고유가 시기를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탐사에 성공하더라도 생산과정에서 잘못하면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생산관련 전문가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므로 이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석유공사는 해외 유전개발을 자신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에 있으므로 최근의 몇몇 성공 사업을 향유하기 보다는 '10%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