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분야중 하나가 바로 증권시장이다. 물론 종합주가지수로만 보면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좋아졌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은 물론 채권시장 주식간접투자시장 등 각 분야에서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수많은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 투자의 완전개방, 채권시가평가제 및 뮤추얼펀드 도입, 기업경영 공시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제도는 선진국형 제도임도 부인할수 없다. ◇ 유통시장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말 종합주가지수는 376.31로 추락했다. 그 후 98년 6월16일에는 사상 최저인 280.00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568.68. 지난 97년말에 비해 51.12% 상승했다. 이 수치로만 따져보면 주가는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 10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2000년 1월4일 1,059.04까지 올랐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다. 주가의 궤적으로만 따진다면 외환위기 극복은 아직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셈이다. 주식 유통시장에서의 두드러진 변화는 외국인 투자 확대다. IMF(국제통화기금)와의 합의에 따라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이 앞당겨지면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 97년 거래소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6%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말 현재 31.7%로 92년 증시가 개방된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 발행시장 =외환위기 이후인 99년 펼쳐진 활황장세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을 뿌리째 바꾸었다. 증시활황 바람을 타고 기업들은 비용이 들지 않는 증자와 기업공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갔다.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해간 자금이 99년 한해 41조1천1백4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 채권 및 간접투자시장 =가장 우여곡절을 겪었던 분야가 바로 채권 및 간접투자시장이다. 특히 지난 99년 터진 대우 사태로 인해 간접투자는 '저축의 개념'에서 '투자의 개념'으로 확실히 인식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선보인 것이 채권시가평가제도와 뮤추얼펀드다. 2000년 7월부터 실시된 채권시가평가제도는 당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체 펀드의 80%가 시가로 평가될 정도다. ◇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많이 만들어졌다. 사외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됐다. 회계 감사도 한층 강화됐다. 주주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 등도 도입 과정에 있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각종 제도들이 선진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아직 도입 단계라는 점에서 선진 증시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