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프르에서 남쪽으로 택시를 타고 30km를 달리면 신도시 사이버자야에 이른다. 8월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야자나무가 늘어선 도로를 따라가면 "MULTIMEDIA SUPER CORRIDOR(멀티미디어슈퍼코리더:MSC)"가 새겨진 기다란 상징물을 만난다. 이 곳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위에 오르면 말레이시아 전통식 건물이 나온다. 첨단산업단지인 MSC조성을 관장하는 국영기업인 멀티미디어개발공사(MDC)다. 작은 분수가 마련된 인테리어도 그렇고 주변의 쇼핑몰과 호텔 등이 저층 건물 형태로 야자나무와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휴양지다. 호텔 입구에 쓰인 '기술과 천국이 만나는 곳'이라는 글귀는 MSC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휴양지 수준의 생활환경은 물론 첨단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2.5∼10Gbps급의 광통신망 구축,10년간 면세,1백% 외자기업 설립 허용 등 입주기업에 주어지는 10개 혜택은 특혜에 가깝다. 1996년 조성되기 시작한 MSC의 전략은 세계 일류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을 매개로 자국기업을 육성한다는 것. 콘텐츠 솔루션 등 멀티미디어 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다. 5백41개 입주 기업중 45개사가 NTT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 생산과 판매에 기반을 둔 말레이시아 경제를 기술집약적인 지식기반으로 바꾸는 현장이 MSC다. MSC는 마하티르 총리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비전 2020'을 실현키 위한 핵심 수단이다. MSC는 콸라룸푸르의 명물인 92층짜리 초고층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타워에서 콸라룸푸르국제공항에 이르는 길이 50㎞,폭 15㎞의 지역을 말한다. 사이버자야와 신행정도시인 푸트라자야 등 5개 권역으로 나뉜다. MDC의 무스타파 압둘라 이사는 "사이버자야와 같은 인텔리전트 도시를 2020년까지 12개 건설,말레이시아를 지식기반 국가로 변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MSC가 지식노동자를 양성하는 무대로서 미래 국부창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MSC내 노동시장은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미친다. 외국인력 채용 승인기간을 6개월에서 10일로 줄이고 MSC에 멀티미디어대학을 설립한 이유다.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멀티미디어대학의 엔지니어링 실험동 4층. 프랑스의 알카텔이 기증한 서버 등이 갖춰진 실험실이 있다. 알카텔 연구인력이 강의를 하고 학생들과 공동연구를 벌인다. 10여개 외국기업이 이같은 실험실을 운영중이다. 가우스 자스몬 총장은 "창업보육센터 운영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자야=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