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도달했느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팽팽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기관과 애널리스트들의 입장이 확연히 갈라져 있지만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좀더 우세한 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와 메릴린치증권 골드만삭스 등은 반도체 가격이 바닥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는 지난 8일 "PC 업체들의 재고 물량이 아직도 너무 많지만 반도체업계와 시스템 관련업체들의 경기는 지난 2.4분기 중에 바닥권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달초 "공급이 줄어 조만간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회복될 것"이라며 D램가격 회복가능성을 적극 주장,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기관의 반론 제기에 대해서도 "D램 가격은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지만 대체로 안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AFI UBS워버그증권 CSFB 등은 '바닥은 아직 멀었다'며 바닥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D램 경기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분석 전문가들도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전병서(대우증권) 구희진(LG증권) 애널리스트는 바닥론에 가까운 입장인 반면 최석포(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전병서 조사부장은 "D램 경기의 바닥은 8∼9월, 경기회복 시기는 내년 5월쯤이다. 구조조정이 진척될 경우 경기회복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석포 연구위원은 "계절적 성수기를 앞두고 있을 뿐"이라며 "내년 1분기가 단기적인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닥론을 반대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