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는 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고질적인 차입경영 관행이 깨지고 계열사 책임경영이 강조되면서 선단식 경영도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경영 투명성도 크게 개선됐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외환위기극복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인 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정부 주도의 개혁으로 기업들이 외견상 많이 바뀌었지만 수익 창출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강제적 구조조정이 많았던 만큼 성장성이 무시된 측면도 적지 않았다. IMF체제 이후 정부가 내놓은 기업부문 개혁은 이른바 '5+3원칙'으로 요약된다. 투명 경영,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역량의 강화, 책임경영 등 5대 기본 원칙과 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부당거래 차단(순환출자 억제), 변칙상속.증여 방지 등 3대 보완원칙이다. '5+3원칙'은 좋든 싫든 기업을 변화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3백96.3%였던 국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2백10.6%로 낮아졌다. 97년초 33조6천억원에 달했던 30대 그룹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도 이젠 거의 다 해소됐다. 분기보고서 제출의무화와 사외이사제도 도입으로 기업 실적은 수시로 주주에 보고되고 감시된다. 차입.선단식 경영이 자취를 감추고 책임경영 투명경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익성 확보는 유동성 위기 극복, 외자유치 등에 의한 기업 지급능력 개선에 이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달성해야 할 마지막 기업 과제다. 이는 앞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중남미와 동유럽 국가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12월 결산 5백12개 상장회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45% 늘었지만 순이익은 31.12% 줄었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순이익은 48.9%나 감소했다. 물론 경기불황 탓도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과 비교해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뒤처진다.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지난 99년 기준 1.7%로 미국(8.6%)과 일본(2.9%)에 크게 뒤진다. 부채 축소와 금리 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었는데도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채권단의 요구로 부채비율을 일률적으로 낮추다보니 수익성을 감안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게 1차적인 원인이다. 수익 구조의 고도화보다는 빚을 줄이는 데만 급급해 확실한 이익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외국 기업에 비해 여전히 엉성한 관리시스템도 수익 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코리아의 손영석 사장은 "미국 기업들은 경비절감을 위해 사장전용 자동차조차 운영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들이 접대비등 비용절감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상무는 "기업들이 많이 변했지만 생산성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