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복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한층 어두워지는 등 경기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고 주요 기관들이 잇달아 발표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뒤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98.4로 전달(100.3)에 비해 1.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기대지수가 전달보다 하락하기는 작년 12월 이후 7개월만에 처음이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에 못미치면 6개월 후 소비를 줄이겠다는 가구가 늘리겠다는 가구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88.2를 기록, 6월(91.1)에 비해 2.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는 92.2에서 87.8로 급락, 연초에 비해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월간 경제동향'에서 "국내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반도체 생산이 크게 줄어 산업생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6월 산업생산은 작년동기 대비 2.7% 감소했고 5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웃돌았던 종합경기실사지수(BSI)도 이달 90.2를 기록,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 특히 지난 1.4분기 안정세를 보였던 교역조건도 지난 6월 65.5를 기록, 하락기조가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의 등락폭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부진이 노동시장에도 반영돼 지난 4월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던 실업률 하락세도 최근 둔화되고 있고 취업자 수나 초과 근로시간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미국 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IT(정보기술)산업 부문이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시기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침체는 IT부문의 과잉투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유발형 침체의 성격이 강하다"고 전제, "소비 지출 등 수요가 줄어 발생하는 수요유발형 경기침체는 적절한 경기진작책에 따라 조기 경기회복이 가능하지만 투자유발형 침체는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방실.오상헌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