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집행임원 제재 강화조치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구성된 현행 지배구조에 적지않은 문제가 발견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외이사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어차피 외부인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만큼 사내인사인 집행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방향 선회로도 비친다. 금융권역별로 들쭉날쭉한 제재 기준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 실효성있는 제재를 가하겠다는 감독의지도 반영됐다. 금융회사나 해당 임직원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적 조치가 아직까지 효과를 내지 못해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징계자 명단 공개로 예방수단을 바꾸어 나가겠다는 내용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집행임원들에 대한 제재 실효성 제고에 초점=금감원 관계자는 H증권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에는 무려 50여명에 달하는 이사급 직원이 있었다. 이사 전무 사장 회장 등으로 불리면서 통상 임원들이 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등기이사는 3명 뿐이다. 금융기관 지배구조가 사외이사 중심제로 바뀌면서 상근과 비상근(사외)이사를 동수로 맞추도록 한데 따른 결과다. 그렇다보니 나머지 임원들은 이사 구실을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임원이 아니다. 심지어 '회장'인 A씨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직원들 사이에 '회장대우 부장'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법적 '임원'이 아니어서 감독규정상 직원 수준에 맞추어 제재를 받는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우 중대한 과실에 따른 면직·정직은 임직원 구별이 없지만 통상적인 업무상 잘못에 따른 처벌은 임원은 문책경고·주의경고,직원은 감봉·견책을 받게 된다"며 "사실상 임원이 된 비등기 집행간부들에게 감봉이나 견책은 제재로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직원이라면 감봉이나 견책만으로도 임원승진에 상당한 장애요인이 되지만 이미 실질적인 이사가 된 이들에게 월급 일부가 깎인다는 것으로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금융권역별 형평성 제고도 관건=금융권별로 제재의 강도와 효과가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위 형평성 문제다. 먼저 은행과 보험사 임원은 문책경고만 맞아도 3년간 임원 재선임이 안되지만 다른 금융권역에는 해당 규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증권 투신 종금 여신전문업 등에서는 크고 작은 감독법규위반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직원들에 대한 감봉조치 등의 효과도 문제였다. 예컨대 은행만해도 감봉은 제재수단으로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성과급이 월급보다 훨씬 많은 증권회사 영업직 경우 월급의 일정 부분을 깎는 감봉으로는 눈도 깜빡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때문에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강하게 부과하겠다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금은 카드업종에 최고 1억원의 과태료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금액은 미미한 편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