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기업지배구조평가원(가칭) 설립 방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기업 경영구조가 오히려 획일화되고 경영자율성이 정면 침해되는 사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기업측의 자발적인 요청을 받아 평가업무를 진행하고 이 사업을 민간부문에도 허용해 정부의 개입을 배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평가업무에 사회단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적지않은 혼란이 발생하고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만 늘리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 지배구조 개악된다 =기업들이 평가점수를 의식할 경우 무리하게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게 되고 결국 획일적인 지배구조가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연구조정실장은 "정부가 특정한 유형의 지배구조를 정해놓고 등급을 매길 경우 다양한 지배구조가 획일화되고 이로 인한 경영효율 저하는 이해당사자인 주주 경영자 투자자의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간 참여도 사업베이스로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민간부문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영기 박사는 "공공성이 강한 조직에서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기보다는 민간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의 소유지분 구조나 사외이사의 자격 또는 역할, 기관투자가의 역할 등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별로 평가가 이뤄지도록 민간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미국의 경우 =미국은 ISS 등 민간 회사들이 영업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고액 펀드매니저들을 위한 '주총 대리참여 용역회사'들이라는 지적이다. 재경부가 생각하는 소위 '평가원'과는 성격부터가 전혀 다르다는 것. 정부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거나 기업지배구조와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해 이해가 덜 된 상태라는 지적들인 셈이다. 한편 재경부는 논란이 비등하자 상장기업들이 지배구조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거나 벌칙을 가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한발 뺀 상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