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하반기 재정지출을 10조원 늘리기로 한데는 정부의 세가지 고민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부가 경기해법으로 금리정책(콜금리 인하)만 고집하기 보다는 금리와 재정정책의 조합(policy mix)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전·월세난,이자생활자 고통 등 저금리의 부작용에다 금리정책으로 효과를 내기에 한계와 시차(6개월∼1년)가 있기 때문. 한국은행은 정부의 재정 확대에 힘입어 향후 금리정책을 펼 때 경기와 물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둘째 재정지출 외에 경기부양의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꺼렸던 것은 내년부터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으로 적자재정 우려가 높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세수가 크게 늘어 재정이 경기조절에서 제 역할을 못해온 것이 사실인 만큼 적극적인 재정확대로 더 이상의 경기추락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재정확대 방침은 정부가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심리효과를 노린 '립 서비스'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은 하반기, 특히 4.4분기에 자동적으로 풀리게 마련이므로 추경예산을 포함한 10조원의 지출 확대 발표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침체 경기에서 '할 일 다했다'는 면죄부를 노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