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을 수립 집행해 오던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이 기업 경영자로 변신, 맹활약하고 있다. 과거 공무원 시절 익힌 정책 흐름과 폭넓은 산업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또는 홍보 등 실무 책임자로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 변리사로 활약하거나 대학 교수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들 산자부 관료는 대부분 축적된 업무 경험을 기업현장에서 마음껏 활용해 보고 싶었다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유를 설명한다. 총무과장을 지낸 이우석 코리아e플랫폼 사장은 "산업정책을 다뤘던 산자부 관료로서 경험을 보다 의미있는 일에 활용해 보고 싶었다. 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훈련을 받아 나 자신은 물론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옛 상공부와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을 포함하는 범 산자부 출신 기업인의 대부는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낸 박 부회장(행시 6회)은 지난 2월 데이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LG의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LG가 탈락하면서 사업단장으로서 한때 위기를 맞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으나 고비를 무난히 넘기고 있다는 평이다. 마달발로 통하는 박 부회장은 산자부를 퇴직한 기업인들의 모임인 "구구회"의 좌장도 맡고 있다. 김수동 전 특허청장(행시 7회)과 추준석 전 중소기업청장(행시 9회)은 나란히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관료시절 익힌 폭넓은 대인관계와 관련 분야 지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청장은 인하대 법학부에서 지적재산권을 강의하는 한편 산자부 출신 벤처기업인 모임인 "i-벤처 클럽" 좌장도 맡고 있다. 김균섭 전 산자부 기획관리실장(기술고시 9회)은 선박용 엔진 통합회사인 HSD 엔진의 초대 사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로 탄생한 사업통합 기업 가운데 지난해 HSD 엔진을 유일하게 흑자로 만들어 능력을 과시했다. 대기업에는 홍순직 삼성SDI 부사장, 장일형 삼성전자 전무, 박인구 동원F&B 사장, 이정식 LG캐피탈 상무 등이 포진하고 있다. 산자부 시절 자동차업무를 맡았던 홍 부사장은 삼성자동차를 거쳐 현재 SDI에서 홍보를 총책임지고 있다. 장 전무도 홍보책임자로서 참여연대와의 관계를 무난히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중국의 주요 신문 방송 기자들을 삼성홍보관으로 초청, 삼성의 통신기술을 자세하게 설명해 당시 중국 언론에 크게 보도케 함으로서 삼성의 중국 통신시장 진출에 일조하기도 했다. 박인구 사장은 97년 통상산업부 과장에서 물러난 뒤 동원정밀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동원 F&B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상무는 지난해 박운서 부회장과 함께 LG그룹내 IMT-2000 사업추진단에서 함께 일을 하다가 최근 LG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산자부 출신중에는 로펌에서 변리사로 활약하거나 대학교수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백만기 전 산업정책국장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리사로 재직중이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이진환 전 투자정책과장과 안완기 투자진흥과 서기관도 같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중이다. 안세영 전 무역정책과장과 이창양 전 산업정책과장은 대학 강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 전 과장은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이 전 과장은 KAIST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살벌하다. 하지만 산자부 출신은 대부분 잘 적응하는 것 같다" 권용원 다우기술 부사장(전 산업기술개발과장)은 산자부 출신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회사를 무난히 끌고 가고 있다면서 이는 산자부 출신들이 기업가 정신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고 또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