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New Round)"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세계화와 블록화의 공존"이라는 21세기의 새로운 통상질서를 규율할 뉴라운드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이자 또다른 도전이다. 뉴라운드 출범은 보다 넓고 열린 세계 시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축복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국내 시장 개방을 감수해야 한다. 뉴라운드를 둘러싼 국제 통상 기류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 --------------------------------------------------------------- 뉴라운드 출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세계 다자간 무역질서를 관장하는 WTO는 물론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EU(유럽연합)도 뉴라운드 조기 출범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첫번째 뉴라운드 출범이 무산된 뒤 나타났던 '절망'을 대신해 '기대'와 '희망'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 뉴라운드 논의 왜 시작됐나 =20년 가까이 세계 통상의 '전범(典範)'으로 기능해 온 UR 협정을 달라진 국제 환경에 맞춰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뉴라운드 출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전세계 교역을 관장할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블록간 마찰이 통제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뉴라운드 출범에 적극적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다자간 교역의 기준없이 양자 협상에 의존한다면 중국과의 마늘분쟁에서 보듯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밀리기 십상"이라며 "미국 EU 등과의 통상마찰을 양자 협의보다는 WTO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을 구조화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 뭘 다루나 =지난 99년 시애틀 회의는 '뭘 다룰까'에 대한 각국의 의견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도하 각료회의 역시 의제 선정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일단 UR 협정에서 후속 협상을 갖도록 명문화된 농업과 서비스업의 의제 포함은 확정적이다. 공산품 시장의 추가 개방도 유력한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WTO 반덤핑협정 개정과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하는 다자간 투자협정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덤핑 개정은 미국이, 투자협정은 개도국이 반대하고 있어 채택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 UR때와 달라진 한국의 위상 =한국이 이번 뉴라운드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그러나 UR때 누렸던 '개도국 대표주자'의 프리미엄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이 올해안에 WTO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아시아 개도국권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수파차이 파닛차팍 전 태국 부총리가 마이크 무어 총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WTO 사무총장을 맡을 예정이어서 태국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태국이 모두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점은 한국으로선 껄끄러운 대목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