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잘못된 매수추천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으며 벌써부터 거액의 돈을 물어주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들의 직접 주식투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내부 규정을 바꾸고 있다. 명예실추는 물론 금전적인 면에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셈이다. 기술주 애널리스트의 '황제'로 불리는 메릴린치의 헨리 블로지트(35)가 지난달 한 투자자가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4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인터넷부문 애널리스트의 '여왕'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의 메리 미커도 제소당하는 등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이 꼬리를 잇고 있다. 연봉 5백만달러를 넘게 받는 블로지트는 1998년 아마존닷컴의 주가가 주당 4백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고,정확히 맞힌 이후 한마디 한마디가 나스닥의 나침판 역할을 했을 정도의 인물. 그러나 소속회사인 메릴린치의 투자금융수익을 높이기위해 매수추천을 했다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디베이시스 칸질랄(46)이라는 소아과 의사는 지난해 3월 블로지트의 강력한 추천을 근거로 메릴린치 직원을 통해 주당 1백22달러와 1백33달러를 주고 인포스페이스란 인터넷 회사 주식을 4천6백주 샀다. 두달 만에 주가가 60달러로 떨어져 팔려고 했으나 담당 직원은 블로지트와 상의한 결과 조만간 1백달러선을 회복할테니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권유해 그냥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가격은 주당 3~4달러선. 그는 50만달러 이상의 투자손실을 입었고 지난 3월 정식 소송의 전단계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중재요청을 냈다. 칸질랄의 변호인인 제콘 자만스키는 "블로지트가 인포스페이스를 강력히 추천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인포스페이스가 Go2Net이라는 다른 인터넷 회사를 인수하는 거래를 메릴린치가 맡았는데 거래가 끝나기 전에 주가가 떨어지면 거래 성사가 위태로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회사측이 이 거래를 무사히 마무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매수추천을 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네트워킹 분석 쪽의 권위자인 미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도 같은 이유를 달고 있다. 미커가 소속회사와 대규모 거래를 하고 있는 아마존닷컴과 e베이의 주가 예측을 고의적으로 밝게 했다는 주장이다. 월가에선 앞으로도 이같은 유형의 소송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잭 그럽맨 등 다른 스타 애널리스트들도 이같은 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게 월가의 전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