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최악의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생산도 32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기업들은 내년에도 설비 투자를 동결 또는 축소할 계획을 세우는 등 곳곳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정부가 세운 거시경제지표의 달성이 위협받는 등 우리경제가 또 한차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추락하는 경제지표 6월 산업생산(-2.7%)이 지난 9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데 이어 7월 수출마저 지난해 같은달보다 20%나 줄어들어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경기, 특히 정보.기술(IT)분야의 침체에서 비롯된 수출 급감은 내수만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국내 경기를 흔들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회복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인들의 체감경기도 악화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전망치가 90.2로 나와 6개월만에 100 이하로 떨어져 경기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져 정부의 목표치 4~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올들어 7월까지 4.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연말까지 목표치 4% 이내로 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9월중에 거시경제 지표의 하향 조정 여부 등을 포함해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경기가 악화되고 미국 IT경기가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된다는 전망이 우세해짐에 따라 우리경제의 회복시기가 당초 예상한 4.4분기보다 다소 늦어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부양이 돌파구 전문가들은 내수 부양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경기 악화가 대외 여건의 악화에서 비롯돼 직접적인 대응책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내수를 살려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김준일 거시경제팀장은 "경기 상황의 악화는 수출 급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대응책을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내수를 부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내수 부양을 위해 콜금리의 인하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추진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반도체와 PC를 제외하면 전통산업과 서비스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내수와 전통산업의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정부가 그동안 추경을 포함해 재정의 조기 집행과 공적자금의 투입 등 계획만 세워놓고 제대로 실천을 안한 것이 문제"라며 "3.4분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며 자금을 선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정부투자기관의 설비투자를 최대한 앞당기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편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건설경기를 복돋우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우려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