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큰 폭의 감소율을 보이면서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잠시 상승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수출은 6월에 14.3% 감소에 이어 7월에는 무려 20.0%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을 보여 지난달 1일 하향조정한 올해 수출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정부는 수출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규제완화를 통한 효험을 기대하고있지만 세계 경기의 흐름은 아직 이렇다할 상승 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20%나 줄었나= 지난해 7월에 비해 20% 줄어든 감소율은 월별 통계집계를시작한 67년 이후 최악의 수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85년 1월에 19.4%, 99년 2월 16.8% 등의 감소율을 기록한 적이 있으며 올 들어서는 4월 10.3%, 6월 14.3%에 이어 세번째 두자릿수 감소율이다. 수입도 18.7% 감소, 98년11월 28.9% 이후 32개월만에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와 컴퓨터산업의 세계적인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지만 수출 주력품목의 단가하락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경우 128메가D램이 작년에 개당 17.74달러에서 1.74달러로, 64메가D램은 8.80달러에서 0.92달러로 각각 떨어지면서 지난해 24억달러에서 63% 감소한 9억달러 수출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시장 주력품목이 바뀌긴 했지만 64메가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는 9개 이상을 수출해도 작년 7월에 1개 판 가격과 비슷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물량은 1∼6월중 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 반면 15인치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당 402달러에서 7월에 280달러로, 아연도강판이 t당 385달러에서 365달러로 각각 떨어지는 등 수출단가가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수출부진의 바탕에는 세계 경기의 동반 악화가 깔려 있어 주요국에 대한 7월 수출실적이 7월20일 현재 대(對) 미국 -24.0%, 일본 -26.1%, 유럽연합(EU) -11.9%, 아세안 -19.7% 등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해 7월에 반도체가격 급등으로 수출이 무려 23.0% 증가한 것도 이번감소율 증가의 상대적인 요인이 됐고 하계휴가가 지난해보다 하루 일찍 시작된 것도수출이 1억∼2억달러 가량 줄어든 원인이 됐다고 산자부는 분석했다. ◇경쟁국 수출도 동반 부진= 우리의 수출 부진은 수출구조의 품목편중과 지역편중이 구조적인 원인으로 늘 지적되지만, 세계 주요국 실적을 봐도 금방 전체적인 경기후퇴에 따른 동반감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지난해 전체로는 18.7%나 됐으나 올 4월에 -6.8%, 5월에 0.7% 등으로 둔화됐고 세계 교역신장률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국 수출실적도 일본이 4월 -15.6%, 5월 -12.2%, 6월 -19.0% 등으로, 대만도4월 -11.5%, 5월 -22.6%, 6월 -16.6% 등으로 각각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거의 유일하게 잘 나가던 중국마저 6월에는 -0.6%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품목별 희비 엇갈려= 반도체가 6월에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서 13년만에 무역수지 적자로 돌아선데 이어 7월에는 품목별 수출액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반도체는 7월중 9억달러 수출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11억4천만달러로 추정되는 자동차 수출액에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도 지난해 7월 12억달러 수준에서 이번에는 7억5천만달러에 머물면서 37%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과거 1위 품목이던 섬유류는 비록 17% 가량 줄어들지만 7월에만 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선박이 26% 늘어난 5억8천만달러, 무선통신기기가 15% 증가한 7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산자부는 예상했다. ◇바닥인가, 장기 침체인가= 산자부 관계자는 "지금이 바닥인 것 같다"면서 "3분기에는 어렵겠지만 수출기반이 괜찮은 상태여서 .4분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가격이 바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산은물론 NEC 등 일본메이커가 D램 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자부는 D램 경기가 지난해 3분기에 최고점에 달했다가 4분기부터 본격적인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한 만큼 4분기의 반도체 수출액은 극한상황이 오더라도 3분기만큼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의 경기부양시책의 효과가 4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과 내년 미국의 디지털 상업방송 본격화에 앞서 디지털TV시장이 급속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있었던 정부의 수출금융 관련 규제완화 조치의 효력이 수출시장에서 나타나면서 연간 39억달러의 수출증대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지난달 하향조정한 올해 수출목표 1천73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에 1.2%, 2분기에 0.7%에 그치고남미의 경제위기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것도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로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