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가격 유지를 위한 인쇄용지업계의 공조체제가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보합세를 보여온 인쇄용지 가격이 다시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6대 인쇄용지 메이커중 홍원제지등 일부업체가 지난달 인쇄용지 출고가격을 3%정도 인하했다. 명함용지 캘린더 등으로 쓰이는 아트지의 경우 t당 95만원에서 92만원으로,복사용지로 사용되는 백상지의 경우 t당 88만원에서 86만원으로 떨어졌다. 국내 최대 업체인 한솔을 비롯해 신호 신무림 한국 계성 홍원 등 6개 인쇄용지 업체들은 지난 2월말부터 용지시장 안정을 위해 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안정을 도모해왔다. 특히 3,4월엔 업체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10% 이상 가격을 인상해 주목을 끌었다. 5월 이후엔 인쇄용지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수준에서 서로 협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업체간 협력체제가 지난달부터 흔들리고 있어 인쇄용지 가격 추이에 생산업체는 물론 용지 소비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지업 영업전문가들은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일부 업체가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들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소폭의 가격 인하로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업계에서는 특히 이달 중 한국제지가 연산 8만t 규모의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가격인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호제지 관계자는 "현재 중국 등지로의 인쇄용지 수출상황이 양호해 공급 물량이 해외에서 그런 대로 소화되고 있어 내수가격 인하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상황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국내 시장에서 일대 인쇄용지 가격인하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과다 상태에 놓여 있다. 6대 인쇄용지 업체들의 연간 생산규모는 2백40만t에 이르지만 국내 소비량은 1백40만t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백만t은 수출로 해결하는 실정이다. 1990년대 한솔제지 등이 인쇄용지 설비를 대거 증설한 탓이다. 인쇄용지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수출 감소로 인해 내수시장에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여 실적이 대거 악화됐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