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이 앞장선 예금금리 인하가 은행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3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4.8%로 떨어지면서 역으로 콜금리(4.75%) 추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주택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이 예금금리 인하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외환 한미 평화 제일은행 등도 예금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8월1일부터 일반 정기예금(1년 만기) 고시금리를 연 5.8%에서 5.6%로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또 1년 만기 정기적금도 연 6.3%에서 5.9%로 0.3%포인트 인하한다. 제일은행도 1일부터 정기예금 1년짜리를 연 6.1∼6.2%에서 5.9∼6.0%로 0.2%포인트 내린다. 3개월과 6개월짜리 정기예금은 0.1%포인트씩 낮춘다. 한미은행은 2일부터 시장성 정기예금에 대해 금리를 인하할 방침이다. 6개월 만기는 연 5.4%, 1년 만기는 연 5.6% 선으로 내릴 예정이다. 평화은행 역시 오는 3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정도 인하키로 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1%에서 5.8%로 낮아진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도 조만간 예금 금리를 내릴 예정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7월26일 실세연동형 정기예금 금리를 0.4%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대고객과 일반고객에 대해 차등 금리를 적용해 실질적으론 금리인하 효과가 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소득세(16.5%)를 떼고 물가상승률(5%대)을 감안하면 예금자가 챙기는 실질 이자는 마이너스 상태로 진입했다. 1억원을 은행에 맡기더라도 한달에 받는 이자가 40만원도 안돼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게다가 각 은행의 3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4.8%로 낮아짐에 따라 하루짜리 초단기 시장금리인 콜금리의 인하를 부추기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단기 예금금리를 아무리 낮춘다 해도 역마진 때문에 콜금리 밑으론 내리기 어렵다"며 "그러나 이미 3개월 미만 예금금리가 콜금리에 육박해 은행 금리가 정책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그러나 "7월중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하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결국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래 콜금리를 내리면 국고채 등 장기 시장금리→금융권 예금금리→여신금리 순으로 인하되게 마련"이라며 "은행들이 수익을 남기려면 우량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평화은행의 경우 총액한도 기업대출금리를 1%포인트 낮춰 평균 연 6.98%로,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대출금리는 0.75%포인트 내려 연 7% 안팎으로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