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료의 모델별 차등화는 보험업계는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으로 차량 구입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수리비가 싼 차량이 보험료도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차의 품질이 중요한 구매 잣대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모델별 요율 차등화 제도가 시행되면 연 보험료가 최고 1백만~2백만원정도 차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반영된 진정한 의미의 보험료 자율화를 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것.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의 품질향상 노력을 유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 일반 국민은 물론 자동차업계 보험업계 모두에 순기능 효과가 클 것으로 보험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 SM5보다 쏘나타의 보험료가 싸질 수 있다 =그동안 자동차 보험료는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 상관 없이 배기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졌다. 보험업계에서는 대인.대물 부문은 배기량에 따른 요율체계에 문제가 없지만 사고에 따른 차량 손해를 담보해 주는 자기차량 부문은 차량 내부구조나 설계 특성에 따라 모델별로 차등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되면 우선 연간 70만명에 달하는 신차 구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현재 운행중인 1천2백20만대의 개인 및 영업용 자동차중 자기차량 보험에 가입한 약 5백88만대(49.1%)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거나 줄어든다. 줄잡아 6백40만∼6백50만명의 자동차 운전자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99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국내 59개 모델을 대상으로 1년간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비율)을 분석한 결과 동급 모델간에도 손해율이 무려 40%포인트나 차이 났다고 밝혔다. 한 예로 동급(1천5백∼2천㏄급)인 SM5(르노삼성)와 쏘나타(현대)는 손해율에서 쏘나타가 SM5보다 15%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반영하면 쏘나타 보험료가 SM5보다 싸지게 된다는 얘기다. ◇ 자동차업계 '발등의 불'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는 현재 국산 차량을 대상으로 시속 15㎞ 저속 충돌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가 얼마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며(손상성) 얼마나 고치기 쉬운 구조로 돼 있는지(수리성)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보험개발원은 실험 결과에 따라 차량 모델들을 9개 등급으로 분류한 후 그 결과를 보험료 차별화의 기초 자료로 보험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충돌 테스트는 매년 실시되며 그때마다 업계의 성능 개선 여하에 따라 손해율이 조정된다고 개발원측은 밝혔다. 올해는 10월말까지 실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 방침에 따라 벌써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충돌테스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모델별 보험료가 차별화되면 곧바로 영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 외국은 어떻게 =대부분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차량 모델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해 성능 개선의 계기로 삼고 있다. 영국은 지난 92년부터 전문 연구기관인 태참(THATCHAM)이 자체 충돌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결과는 20등급으로 나뉘어지며 보험사들은 이를 보험료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영국은 차량 모델별 도난사고 발생률도 손해율 등급평가 요소에 포함시키고 있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알리안츠보험그룹 산하 기술연구소에서 저속 충돌시험을 통해 모델별 수리성 및 손상성을 체크하고 있다. 보험료율은 31개 등급으로 차등화된다. 미국은 과거 2년간의 상대수리비 통계를 반영해 10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