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주택은행장이 합병은행장으로 선정된 데는 막판 "대주주의 변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가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다. 그동안 골드만삭스는 합병은행장 선임문제에 대해 "자산 규모가 큰 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이 나와야 한다"며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합병은행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반면 주택은행의 대주주인 ING베어링은 김정태 행장을 지지했다. 이같은 두 은행 대주주의 입장은 마지막까지 팽팽한 평행선을 그어왔다. 지난 25일 오후 3시부터 열린 행장후보선정위원회는 이 때문에 26일 오전까지 여섯번의 모의투표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줄다리기는 마지막 순간에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김정태 행장이 시장에서 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고 향후 합병은행의 주가 상승에 기여하는데 김상훈 행장보다 나을 것"이라는 선정위원회 평가를 골드만삭스가 결국 받아들인 것.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국민은행에 출자했던 골드만삭스는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선택을 한 셈이다. 금융계는 행장 선정 과정에 금융당국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선정위원중 한 명은 "중립을 지키고 대주주들의 입장을 조율하겠다던 합추위 관계자중 1인이 노골적으로 김정태 행장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행장 선정 하루전인 지난 25일 오후부터 행방이 묘연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국민은행장은 25일 오후 4시에 열렸던 은행 임단협 회의와 오후 8시 예정했던 공연관람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행방을 감췄다. 김 국민은행장의 합병은행 이사회 의장직 수락 여부는 이날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합병은행장 선정발표이후 김 행장과 연락이 두절돼 김 행장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