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의 경제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레전스 유닛(EIU)이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EIU는 20년전 한국의 양대재벌로, 초기에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삼성과 현대가 세계3대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최근의 판도는 삼성이 상승세인 반면 하이닉스는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라면서 이런 결과를 빚은 원인을 분석했다. EIU는 이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운명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그룹 운영방식과 경영전략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적인 사안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하이닉스의 부채는 대부분이 정부의 이른바 '빅딜'과정에서 강행한 LG반도체의 인수과정에서, 그리고 다른 그룹계열사에 대한 지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지난 90년대 중반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반도체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자동차산업에 쏟은뒤 실패해 결국 르노자동차에 팔아넘긴 적이 있으나 한 차례의 쓰디쓴 경험으로 인해 그후 경영전략은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전문경영인체제를 통해 수익을 투자에 집중투입하는 한편 차별화 전략을 추진, 지난 2.4분기에는 반도체부문보다 텔레콤부문에서 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는 글로벌시대에 걸맞지 않게 전통적인 권위주의와 내부지향적인 경영문화를 고수함으로써 실패를 자초했다는 것이 EIU의 지적이다. 현대의 경우, 고(故) 정주영(鄭周永)회장의 후계계승다툼으로 인해 그룹이 산산조각남으로써 삼성을 1인자의 위치로 올려 놓았으며 그룹내에서 비중이 큰 자동차와 중공업이 계열에서 분리된데 이어 반도체 부문도 분리가 진행중이다. EIU는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략과는 달리 현대는 다른 사업부문에서 거둔 수익을 반도체에 집중시켜 그룹의 활로를 스스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또 다른 차이점은 외부지향적인 경영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EIU의 지적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전반적으로 반도체에서 홀로서기를 고집한 반면 삼성은 야후. 워너브러더스. 쓰리콤 앤 톰슨 등과의 제휴관계는 물론 최근 이뤄진 AOL 타임워너와의 전략적 제휴관계까지 국외협력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지향적 경영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필립스와 TFT-LCD부문 합작회사를 설립한 LG나 일본의 NTT도코모에 일부지분을 매각한 SK텔레콤 등도 동일한 개방적 전략을 따르고 있다고 EIU는 덧붙였다.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맞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4분기에 매출액 8조원에 8천800억원의 수익을 올려 세계 메이저 반도체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세계 3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이지만 같은기간 세전손실이 1조2천800억원에 달하는 등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