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갈리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합리적인 정책 변화와 자연스런 시대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어서고 죽는 것이 판가름 난다면 이는 나무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권력자 개인의 친소와 책략, 그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뀐다면 이는 정경유착이 되고 만다. 국민의 정부 들어 정치와 경제의 유착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개별 기업이 죽고사는데 정부와 권력 또는 정치의 그늘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세한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김우중의 대우며 금강산의 현대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들은 모두 김영삼 정권 아래에서 핍박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이 경우조차 인위적으로 살리고죽이기를 도모했던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적지 않은 혼돈으로 빠져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쪽의 증언이라는 제약은 있지만 새정부가 김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지목했고 김 회장이 꾸준히 대통령과 지근거리를 유지했던 것은 대우 몰락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차츰 가슴이 식어간 대통령과 그를 붙잡으려는 김 회장, 그를 대통령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애쓰는 참모들,정치권 중심부에서 제기된 빅딜, 그리고 끝내는 파멸로 간 대우스토리의 정치적 함수를 간단한 한두 장면의 스케치를 통해 들여다 본다. 그 장면은 멀리 하노이에서 시작된다.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