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조원의 분식회계, 10조원의 불법대출, 피고인 34명, 추징금 26조원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건으로 꼽히는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사건은 재판 과정 역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지난 3월2일 대우전자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된 이래 공판 때마다 검찰과 피고인의 논쟁은 늦은 밤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주)대우와 자동차는 오전 오후로 나뉘어 7차례의 심리를 가졌다. 대우전자는 7차례 재판이 진행됐고 대우중공업은 6차례 심리후 24일 재판부의 선고가 나왔다. 이번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5월29일 열린 대우자동차와 (주)대우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속행 재판. 이날 재판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에 가서야 끝난 '15시간의 대혈전'이었다. 먼저 열린 대우자동차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들은 대출사기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이 재판은 오후 6시께에야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운 후 오후 7시께 (주)대우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재판장인 장해창 부장판사는 "20여년의 판사 생활중 가장 길었던 재판"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지난 6월12일 대우자동차와 (주)대우의 재판은 사상 최대의 증인이 법정에 선 기록을 남겼다. 대우자동차 9명, (주)대우 11명 등 무려 20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가운데 각각 1명씩이 불참, 18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이날 공판에서 18번째 증언이 마무리된 시간은 자정이 임박한 밤 11시30분께였다. 이번 대우 재판에 연루된 피고인들은 초호화 변호인들을 선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유기범 전 대우통신 사장은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광장 서정우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변호인은 이종왕 변호사가 맡았다. 이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출신으로 99년 옷로비사건 당시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끝에 사표를 던졌다.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 윤여헌 변호사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을, 대검 과장 등을 거친 김용학 변호사는 1심에서 2년의 실형이 선고된 김세경 공인회계사의 변론을 맡았다. 한편 해외 도피중인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태라 24일 선고 재판은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게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검찰은 지난 3월6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과 함께 그의 소재 파악 및 신병 인도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