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여러 부실 기업 가운데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삼킨 대우와 고합을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부도덕성이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올해초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돼 공적자금의 손실을 초래한 부실 채무기업에 대한 조사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예보는 지난 3월20일 대우와 고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고합은 오는 8월말까지, 대우는 연내에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대우계열사 전 대표이사들의 재산 은닉 대우의 전 대표이사 A씨 등 대우 계열사 전 대표이사 8명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난 99년8월26일을 전후해 자신들의 부동산을 빼돌린것으로 예보 조사결과 나타났다. 빼돌린 부동산은 21건에 시가로 99억5천800만원에 이르며 부인, 아들 등 특수관계인 또는 제3자에게 증여, 가등기, 허위매매, 급매처분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대표이사중 한 명은 모 은행직원과 짜고 시가 1억5천만원인 자신의 부동산을 이은행직원 앞으로 가등기 및 근저당 설정을 한뒤 개인적인 빚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자금세탁을 통해 돈을 주고 받고 허위 차용금 증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부인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이 부동산을 담보로 부인 명의로 자금을 대출받고, 이 자금을 갖고 회사 직원 명의로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사 만기때까지 임직원 명의를 바꿔가며 자금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직원 명의로 자사 주식을 샀다가 예보의 조사가 시작되자 팔아치운 것으로 밝혀졌다. ◆고합의 계열사 부당지원 고합은 출자총액제한제도에 걸리지 않고 계열사인 고합종합건설의 증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97년1월18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서류상의 회사인 '우라누스'를 세워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해외 현지법인(고합 홍콩)에 인수하도록 했다. 이 채권을 발행한 자금을 같은해 12월20일 외국인 투자형식으로 국내에 송금해같은해 12월30일 고합종합건설의 발행주식 199만주를 적정가격 4천956원보다 약 80%높은 주당 8천932원에 인수해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9년 1월 고합종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 주식이 모두 무상소각되는 바람에 고합은 114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한빛은행의 부실한 채권관리 한빛은행은 고합에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고합종합건설의 부동산(시가 357억원,공시지가 201억원)에 대해 40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러나 고합종합건설이 부도가 나고 99년 7월19일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돼 법원에 99년10월1일까지 정리담보권 신고를 해야 하나 이를 하지 않아 법원에 의해 근저당권이 직권 말소됐다. 예보는 한빛은행의 채권관리가 얼마나 소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시 한빛은행 담당자를 조사해 신고누락에 따른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위법.위규 사례 예보는 대우와 고합을 상대로 허위 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불법 발행, 부당한 이익배당 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대우가 해외 현지에서 회수한 수출대금을 국내 금융기관에 상환하지 않고영국 런던의 자금관리조직인 BFC에 입금시켜 유용한 혐의를 조사중이다. BFC는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대우의 비밀 자금관리조직으로, 도피중인 김우중 전 회장만이 정확한 내역을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가 또 외화를 시장 환율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열사에 팔아 계열사를 지원한혐의도 조사중이다. 고합의 경우 사우회 명의로 자사주나 계열사를 불법 취득하고 허위 수출계약서나 수출물품의 선적없이 발급한 선하증권을 첨부해 수출환어음을 금융기관에 매각해자금을 조달하거나 그룹 회장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 혐의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어떻게 조치하나 예보는 조사 결과를 공정하고 객관성있게 심의하기 위해 '채무기업 부실책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예보 담당임원, 법조계.학계.금융계 인사 등 5명으로 구성돼 부실관련자의 책임 내용과 범위, 배상책임 금액 등을 결정하고 관련자의 소명을 들은 뒤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