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휴대전화등 IT(정보기술)관련기기의 수요감퇴로 직격탄을 맞은 세계 반도체 업계가 줄줄이 감산 및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특히 IT불황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일본은 도시바,NEC 등 대형 5개 반도체 메이커의 2001년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40%까지 줄어든 5천5백억엔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NEC는 1천4백억엔으로 잡았던 투자 규모를 1천1백억엔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중국 샹하이 합작공장의 증설공사를 연기하는 한편 로직(논리회로) 반도체 생산라인의 증설투자도 일부 감축키로 했다. 후지쓰도 1천9백억엔으로 예정했던 신규투자에서 2백-3백억엔을 줄일 방침이다. 인터넷관련기기의 수요급감으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화합물반도체 증산을 동결하고 휴대전화용 메모리 생산도 조절키로 했다. 미쓰비시전기는 8백억엔으로 예정했던 투자규모를 7백억엔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감산 및 투자축소 도미노는 일본업체들에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 텍사스 인스투르먼츠는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5%줄인 18억달러만 집행하기로 했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기업인 ST 마이크로 엘렉트로닉스는 15억달러로 55%를 축소하기로 했다. 대만의 대형 반도체 수탁생산 메이커들도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약 40% 줄일 예정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가진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는 64메가D -RAM을 생산하는 미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 생산량을 절반수준으로 줄였다. 세계 시장의 금년 반도체 출하규모는 지난해보다 20-30%가 줄어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후지쓰 관계자는" 컴퓨터,휴대폰등의 수요가 미국을 중심으로 죽을 쑤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빨라도 연말이나 돼야 수요가 살아날 것 같다" 말했다. 반도체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컴퓨터는 일본 시장의 지난 2.4분기 판매량이 전년 수준에 머물러 98년말 이후 2년 이상 지속돼온 두자리 수 성장에 제동이 걸렸고 미국은 2%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하이테크 관련 조사회사인 IDC는 미국 시장의 금년도 컴퓨터 판매신장율을 당초 2.2% 성장에서 최근 마이너스 6.3%로 하향조정했다. 한편 마쓰시타전기는 IT불황 확산 및 그에 따른 경영난 타개 대책의 일환으로 5개 계열사의 8만명 사원을 대상으로 조기 희망퇴직을 9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