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경제팀의 정책 운용능력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소극적인 재정.조세정책으로 경기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 경제팀이 '쓴소리'를 듣는 것은 거시정책에 대한 자기노선 없이 상황에 이끌려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등 거시정책 목표에 대한 과단성 있는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경기부양이냐 구조조정이냐 =진념 경제팀은 구조조정과 경기조절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구, '과욕이 화(禍)를 부르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경기침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14조원이나 되는 돈을 민간에서 흡수하는 경기 역진적인 기능을 했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고 했지만 한계기업들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만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관가에서도 회의론 =정부 여당일각에서도 현 경제팀 노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한 중견 간부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기회복 시점을 3.4분기 정도로 봤는데 이제는 내년 1.4분기에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며 "상황이 변했으면 거시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데 경제팀은 국민 여론과 정치권 반응을 의식해 편법만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말한 편법이란 '정부 예산은 그대로 두고 공기업 연기금 등을 동원한다'고 한 지난 13일 경제정책조정회의 결정 내용을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팀이 거시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것을 '관료적 도박(bureaucratic gambling)'에 비유했다. "공기업 연기금까지 동원하는 것은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인데 정공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책임질 일은 않겠다'는 '폭탄돌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거시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2차 추경편성, 감세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03년 균형재정'? =한 관계자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을 '망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균형재정 달성시기를 2005년이나 2008년으로 미룬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냐"며 "경기침체를 방치하면서까지 균형재정을 이루는 건 의미가 없을뿐 아니라 장기 침체시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다른 관계자는 진념 경제팀이 2003년 균형재정 목표를 버리지 않는 한 감세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도 "비과세.감면 축소로 늘어나는 세수 여력 내에서만 세율인하 여부와 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했다. 재정정책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는 것만으로도 시끄러운데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겠느냐"며 "결정권자들이 중대 결심을 하지 않는 한 현 경제팀의 정책운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