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경제불안이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중남미 국가중 아르헨티나 사태에 초연했던 멕시코 경제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브라질과 칠레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는 더 불안해지고 있다. 유럽의 스페인 경제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 우려는 터키 금융불안과 맞물리면서 동유럽 등 세계 신흥시장에 금융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침체와 회복의 기로에 서 있는 세계 경제에 아르헨티나는 태풍의 눈이다. ◇확산되는 악영향=11일 뉴욕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한때 달러당 1백23엔선으로 급락했다. 전날의 1백25엔대에 비해 하루 사이에 2엔이나 빠졌다.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위기로 중남미 경제가 휘청대면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감소,미국 경기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미국 재무부가 이같은 달러 하락에 깜짝 놀라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고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달러는 소폭 상승,1백24엔대로 회복됐다. 미국 경제까지 아르헨티나 영향권에 들어서자 멕시코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남미 위기가 북미로 북상하는 것을 막아주던 멕시코의 페소화도 전날보다 1.5% 하락,달러당 9.28페소를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는 더욱 휘청댔다. 이날 브라질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2% 이상 빠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3% 하락,달러당 2.549헤알로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중남미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페인의 종합주가지수도 4%나 급락했다. ◇아르헨티나 상황과 전망=국가부도(디폴트) 일보 직전이다. 현재 외채는 1천2백98억달러,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3%인 93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재정적자 상태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52억달러를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런 우려로 증시의 메르발지수는 6.6%나 급락했다. 자금의 해외유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하룻동안 전체 은행예금 7백32억달러중 약 4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금액은 지난 4월24일 이후 하루 유출액으로는 최대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는 이날 아르헨티나 국채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두 단계나 낮췄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재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의 주도하에 긴축재정정책을 수립,모두 45억달러(올해 예산총액은 2백50억달러)의 예산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수주내에 예산감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금융불안이 더욱 심화되면서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