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급감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7년 환란 이후 3년반만에 다시 높아만 가는 우려들이다. 최근에는 미국경제와 특히 남미국가들에까지 위기감이 가득하다. 놀랍게도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한국의 경제관료 절대다수가 지극히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일본형 장기불황이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일부 관료들은 이미 장기 불황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올해 4.4분기 또는 내년 1.4분기에 경기가 돌아설 것이지만 구조적 요인이 많아 전도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보통 또는 이하의 매우 박한 점수를 매겼다.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해 왔던 경제관료 스스로가 구조조정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 운용의 걸림돌로 '정치'를 지적하는 목소리 외에도 일관성 없는 정책이나 부처이기주의 등 정부 내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 =경제부처 5급이상 공무원 1백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1 경제관료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경제관료들의 위기감은 예상외로 높았다. 대부분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64.8%)거나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20.6%)고 말했다. '이미 장기불황 상태에 들어섰다'(3%)고 진단한 사람도 있었다. 90%에 이르는 경제관료들이 경기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국내산업의 생산성 증가 추세가 한계에 부딪쳤고 선진국의 경제침체 여파도 상당할 것이라는게 주요 이유였다. 금융부실과 정치권의 난맥상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경제정책 운용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요인은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43.5%)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부처이기주의 등 '정부탓'(25.2%)이라거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16%)라는 지적도 상당수였다.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이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경제관료들은 우려했다. 개별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회사채 신속인수방식의 부실기업 지원, 긴급 추경예산 편성 등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건강의료보험 등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이 더 많았다. 불만스런 구조조정 =지난 97년말 이후 정부는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1백65명의 간부급 경제관료중 구조조정이 '아주 잘됐다'고 말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보통'(40%)이라거나 '개선의 여지가 많다'(26.8%)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지만 4명은 '매우 잘못했다'고 답했다. 점수로는 대부분이 60점을 주었다. 경제관료들은 구조조정이 가장 잘된 부문으로 금융(48.7%)을 꼽았다. 지지부진한 부문은 노동(69.8%)이라는 지적들이었다. 금융은 수십개 금융회사의 퇴출과 공적자금 지원으로 상당히 개선됐으나 노사는 여전히 대립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주관식 질문에서는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반대가 있더라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생산성을 무시한 노동운동을 하는 강성노조가 외국인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쏟아졌다. "기업의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연대 강성투쟁 성향이 문제다. 노사관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기업 변신이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업부문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과 부실기업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현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권의 지원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부실기업들이 정상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나 일부에서는 "많은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보수가 대기업보다 30%정도 높고 인적 구조조정도 제대로 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국부 유출 논쟁에 대해서는 대부분 "제값을 받았다"(41.7%)거나 "불가피한 조치였다"(40.4%)고 말했다. 값비싼 자산을 헐값에 팔았다거나 매각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14.1%)는 주장은 소수였다. 선진국 진입 가능한가 =한국의 선진국 도약 가능성에 대해서는 "빠른 기간 내에 가능하다"와 "10년 정도면 될 것"이라는 응답(57%)이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이 되는데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이라거나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42.5%에 달했다. 선진국 도약이 불가능한 이유로는 낙후된 교육제도와 강력한 리더십 부족, 국가체제의 한계 등이 꼽혔다. 국민성을 지적한 사람도 17.8%에 달해 놀라움을 안겼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는 정치권(31.4%) 노동조합(25%) 국민의식(24.4) 순으로 지적이 많았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