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와 명목금리간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여서 금리생활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금융계는 최근 3년물 국고채를 비롯한 채권수익률이 6%대 미만으로 유지되는 등 전반적으로 실세금리가 하향추세에 있어 은행의 수지제고를 위해서는 수신상품의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시마다 대출금리에 앞서 수신금리를 인하, 은행들이 제몫챙기기에만 눈이 어둡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은행권의 경쟁적인 금리인하로 은행권자금이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은행은 이날부터 일반정기예금의 경우 6개월, 1년제 정기예금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해 각 5.2%, 5.4%로 조정했다. 국민은행도 1년제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5.5%로 유지했지만 영업점장 전결 최고금리는 6%에서 5.9%로 낮췄다. 금융계는 이번 금리인하로 영업점장 전결 최고금리도 5.9%로 내려가 처음으로 6%대를 하향돌파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콜금리 인하를 계기로 수신금리가 다시 한단계 내려가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가뭄 등으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 1.4분기 전년동기대비 4.2% 상승에 이어 2.4분기에는 5.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다 이자소득세와 주민세 등 16.5%의 세금을 떼고나면 세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맡기는 기간만큼 손해를 보게되는 것이다. 인하된 금리를 적용할 경우 1년짜리 정기예금(5.4%)에 가입한 고객의 이자소득세를 제외한 세후수익률은 4.5% 수준이다.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4.5% 밑으로 내려가야 손해를 보지 않게된다. 한은은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평균금리가 지난 4, 5월 모두 5.1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요구불예금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 금리수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세후 실질금리에서 고객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물가가 4.2%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상반기 4.7%, 하반기에는 4.1%로 내려가 연간으로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돈을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를 보기때문에 저축성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돈 가진 사람들이 대체투자기회를 엿보며 자금을 단기운용하게돼 자금의 단기부동화현상이 고조되고 자금이 은행을 떠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쏠릴 경우 건설투자 촉진이라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집값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기대심리라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콜금리를 내리면 은행의 장기금리를 자극,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자금흐름 측면에서도 시중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은행에서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흘러갈 경우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의 매수여력을 확대, 기업의 자금사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것이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고 보면 이번 금리인하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를 더욱 고조시키고 실물자산으로의 자금이동으로 인플레기대심리만 높여놓은 채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