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과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급감으로 실물경기가 주춤거리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는 생산증가율이 잇따라 5∼6%를 나타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29일 발표된 5월 산업활동동향은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경기도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어느 누구도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여건 호전이 언제쯤 가능할지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경제와 반도체 경기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내수에만 의존하는 한 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한층 분명해졌다. ◇수출출하 8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수출용 출하는 지난 92년 12월 이후 단 한번도 전년동월보다 감소한 적이 없다. 그러던 것이 지난 5월엔 1.1% 감소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등 정보기술(IT)분야의 수출 감소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반도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등 사무회계용 기계는 10.6%나 줄었다. 수출 부진은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들어 4월까지 5∼6%대였던 생산증가율(전년동월대비)을 2.3%로 끌어내렸다. 여기서도 반도체가 전달보다 1.6% 감소한 게 컸고 사무회계용 기계는 4.5%,의복 및 모피는 8.1%씩 감소했다. 재고증가율(전년 동월대비)은 지난 4월 17.1%에서 18.7%로 상승했는데 이 역시 반도체 재고가 전년 동월대비 1백27.3%,전월대비 6.5% 증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내수경기는 호조=수출용 출하와는 달리 내수용 출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2% 증가했다. 특히 지난 1·4분기 8.1%나 감소했던 내수용소비재 출하는 3.2% 증가로 급격히 호전됐다. 내수경기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알려진 도·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대비 4.9% 증가로 1·4분기 평균 증가율 2.5%를 크게 웃돌았다. ◇향후 전망=대부분의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3·4분기 또는 4·4분기부터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3·4분기부터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 이 시기도 늦춰질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한진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수출이 회복되고 대우자동차 처리 등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제거된다면 연말께는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향후 경기 회복은 기본적으로 IT산업의 수출증가에 달려있지만 수출이 어렵더라도 내수가 좋아지면 4·4분기에는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