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솔루션업체인 이포넷(대표 이수정.www.e4net.net)은 IT(정보기술)업계에선 "아마조네스" 기업으로 통한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엔지니어 대부분이 여성이다. 20여명의 기술자 가운데 16명이 여성이며 이 가운데 기혼자가 9명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여성이 많은 탓에 회사 분위기도 독특하다. 벤처기업이라면 서류 뭉치가 널려있는 번잡한 사무실이 연상되지만 이포넷의 풍경은 이와 전혀 다르다. 회사 입구에 놓인 난초 화분에는 먼지를 찾아볼 수 없다. 책상은 가지런하게 정리돼 있고 사무실 주변은 항상 깨끗하다. 보통 회사에서는 점심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빠져나가 사무실이 조용해지지만 이 회사에선 손수 장만한 도시락들을 꺼내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직원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직원들끼리도 서로 가족같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가정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임신복이나 유아 서적을 물려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육아용품도 대부분 공동구매로 해결한다. 직장 동료끼리 마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처럼 지내 회사를 옮기는 직원이 많지 않다. 특히 남녀차별을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간부진에 여성이 많이 포진해있어 여성 엔지니어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남자직원들이 가끔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일반 직장과 달리 여성 흡연자도 거리낌이 없으며 어느 자리에서든 동등하게 발언하고 행동한다. 때문에 일부 남자 신입사원들은 가끔 호탕한 여성 간부들의 기에 눌려 술자리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수정 사장은 "창업을 하면서 친구나 후배 등 아는 사람 위주로 직원을 채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이 많아졌다"며 "여성들은 성격이 꼼꼼한데다 이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출산휴가를 줘야할 시기도 충분히 예측가능해 회사 업무에 차질이 없으며 여성들이 오히려 이런 점을 의식해 평소에 좀 더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남성을 많이 채용하고 있어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우수한 여성인력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며 "특히 전산 분야에서는 여성의 섬세함이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과 대영전자 입사 동기였던 남편 이득경씨는 이 회사의 연구소장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이포넷은 B2B 솔루션외 차세대 인터넷언어인 XML과 EDI(무역업무전산화)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외국 기업들의 영문 소프트웨어나 홈사이트를 한글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25억원의 매출에 3억5천만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소프트웨어 회사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 수익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