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테헤란로까지 매일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현대자동차의 K과장. 자동차 영업을 맡고 있는 그의 휴대폰은 쉬지 않고 울린다. 차를 몰 때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까지는 능숙한 운전 솜씨로 버텨왔지만 이제 더 이상 한 손 "곡예" 운전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30일부터 운전중 휴대전화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적발되면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K과장의 선택은 오직 하나. 차량용 핸즈프리를 구입하는 것 뿐이다. 핸즈프리는 휴대폰을 손에 들지 않고도 스피커와 마이크 등을 통해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이동통신 보조기계다. 과열돼 있는 핸즈프리 시장 =국내 자동차 보급대수는 1천2백만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차량용 핸즈프리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는 15% 정도로 주로 고급 승용차에 장착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 장착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에만 5백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연히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벤처.중소기업들이 앞다퉈 핸즈프리 생산에 뛰어들었다. 핸즈프리 제조업체 수는 지난해말의 50개사에서 올들어 2배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너도 나도 핸즈프리 생산에 지금도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핸즈프리를 만드는데는 별다른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아 자동차 용품 생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들까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실제로 무역업체에서부터 심지어 유통이나 광고업체에서까지 핸즈프리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성능 검증을 받지 못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차량용 핸즈프리를 사용하고 있는 운전자들 가운데는 제품을 3~4회 이상 교체하는 경우도 많다. 애프터 서비스 체제를 갖추지 못한 업체도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핸즈프리시장에 큰 특수 일어날까 =핸즈프리 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한편으로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법시행(6월30일)으로 인해 핸즈프리가 "필수품"으로 되면서 메가톤급 특수가 일어날 수 밖에 었다는게 업자들의 낙관론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핸즈프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해 핸즈프리 업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올 하반기에 출고되는 대부분의 차량에 차량용 핸즈프리를 기본 장비로 달아서 내놓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대성전기와 계약을 맺고 단계적으로 모든 차종에 대해 핸즈프리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차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BMW 볼보자동차 등 수입차도 핸즈프리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와 "관계"를 맺은 극소수 핸즈프리 업체들의 경우 "대박"이 터진 것으로 일단 풀이하고 있다. 실제 판매 마진이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애를 먹고 있는 핸즈프리 업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라고. 자동차회사 납품건으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통화감도 등에서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중에서도 부가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박을 꿈꾸며 기술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핸즈프리 사업을 시작한 영세업체들은 결국 도태될 운명으로 몰리고 있다. 향기가 나거나 비밀통화와 녹음이 가능한 핸즈프리 제조 회사들은 그런대로 매출액을 올리는 예외그룹으로 분류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보행시 휴대용 핸즈프리가 차량용 핸즈프리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하고 있어 휴대전화 금지법이 시행돼도 새로운 시장 창출은 예상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자동차 용품업체인 훠링의 최주영 회장은 "핸즈프리 업체들도 해외 시장 개척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되며 시장 개척에 실패한 업체들은 결국 퇴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