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통계와 현실경제와의 괴리가 더욱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비상대책이 반복되면서 통계가 변질되거나 실물경제 자체의 부침이 심해지면서 통계상 착시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지표만 봐선 경기가 바닥을 치고 호전돼야 할 만큼 모양새가 좋다. 그러나 실상은 '부진 지속, 명암 교차'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 수출 등 실물경제가 뒤따라주지 못해 통계상 괴리가 심해지고 있고 이에따라 정부의 경기해법도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경기호조 일색의 통계수치 =지난달 어음부도율은 10년 만에 최저치(0.21%)였다. 나무랄데 없는 상황.그러나 이처럼 낮은 부도율은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으로 '대형부도'가 없어진 때문이다. 당연히 협력업체 줄도산도 사라졌다. 실업률도 지난달 3.5%(실업자 78만명)로 떨어져 7개월만에 최저치다. 공공근로 20만명이 취업자로 분류된 탓이다. 공공근로는 한시적인 구제조치여서 이를 취업자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임시.일용직이 전체근로자의 51.4%에 달할 만큼 고용구조는 더 나빠졌다. 낮은 부도율이나 실업률을 경기호전 신호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 최면에 걸린 심리지표 =기업 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기대지수(CSI) 등 심리지표를 보면 경기는 벌써 바닥을 쳤어야 옳다. BSI는 2.4분기 92에서 3.4분기 103으로 높아졌다. CSI도 올들어 5개월째 올라 기준치(100)에 근접한 99.5를 기록했다. 소비가 살아나고 호황기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생산.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출이 석달째 줄었다. 부진한 현실경제와 낙관적인 심리지표와의 괴리는 정부가 '집단 최면'(하반기 경기회복론)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하반기엔 나아진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모두들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통계상 착시도 =전년동기 대비냐,전기대비냐에 따라 통계수치는 큰 차이가 난다. 작년 4.4분기 성장률은 4.6%였지만 전분기에 비해선 마이너스 0.4%였다. 경기진단은 성장둔화가 아닌 성장후퇴로 봤어야 했다. 한은이 올 3.4분기 성장률을 3.0%로 제시한 것도 경제주체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재작년과 작년 3.4분기 각각 12.8%, 9.2%의 고성장 뒤끝이라 3% 성장이 낮은 것만은 아니다. 거꾸로 4.4분기 5.1% 성장 전망도 작년동기 4.6% 성장에 비교한 것이어서 높다고만 볼 수도 없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기대비 통계로 경제상황을 진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