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다양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신속한 중심이동' D램 가격의 폭락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대응전략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시장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데이터퀘스트 등 시장전문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전망 또한 여전히 어두운 상태여서 가격반등만을 기다리는 소극적 대응으로는 난관 돌파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다양화해 주력제품의 가격하락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범용제품의 생산비중을 축소하고 대신 경쟁업체들이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제품군으로 빠르게 이동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연초 28%에 달했던 64메가D램의 생산비중을 지금은 10% 미만으로 축소시켰다. 연말까지 5% 미만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대형 PC메이커를 겨냥한 전략적 의미의 생산은 하지 않겠다는 것. 상대적으로 1백28메가와 2백56메가D램의 비중은 크게 늘렸다. 또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램버스와 DDR(더블데이터레이트) 제품의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제품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대규모로 양산, 최단기간에 최대의 수익을 올린다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 제품은 30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다양한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4분기 1조원이 넘는 순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제품군의 다양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인위적인 감산이나 생산 중단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D램가격으로는 재료비와 인건비도 건질 수 없지만 최후의 생존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D램 가격의 하락이 장기적으로 일부 D램 업체의 경쟁탈락을 유도시켜 공급 사이드의 가격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하고 있다. 세계 3위의 D램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도 80%가 넘는 D램 생산비중을 낮추기 위해 생산라인 일부를 DDR로 전환키로 했다. 또 유휴 생산라인을 활용,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진출키로 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