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들 자녀 교육에 얼마나 열성입니까. 그러면서도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무감각해요. 인터넷에서 인권이 침해당하고 아이들이 병들어 가는데도 손을 놓고 있어요. 열살만 되면 "섹스"를 들먹이니 말이 됩니까. 아이들을 살려야 합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51)단장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억제하려면 학부모들이 나서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 단장은 "아이들이 인터넷의 병든 문화에 젖고 나면 부모와 자식간의 건강한 관계가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몰락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지난 14일 해질 무렵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에 있는 학부모정보감시단 사무실.인근 윤중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시대,우리 아이 제대로 키우기"란 주제로 교육을 하고 돌아온 주 단장과 6명의 어머니들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 전국순회교육의 첫날인데다 5백여명의 학부모들이 4시간동안 경청하게 하려고 잔뜩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장 사무실을 나서는 어머니는 없었다. 이날의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다음 교육에 대비,교재를 챙기느라 쉴 틈이 없었다. 집이 가깝기 때문도 아니었다.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 살고 있어 귀가하려면 한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유현숙 간사는 "소신과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며 "댓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학부모정보감시단에 가입한 회원은 7백여명.이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여한 어머니들을 포함,약 20명의 학부모가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설된지 3년이 되면서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우주 만큼 넓다"고 하는 인터넷을 감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도 없어 그야말로 학부모들이 몸으로 떼우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주로 인터넷에서 불건전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 일환으로 음란물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음란.폭력 사이트를 찾아내 신고하기도 하고 차단 프로그램을 학부모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학부모 교육도 실시한다. 올해는 연말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12개 지역에서 15차례 학부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좋은 사이트를 발굴해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홈페이지(www.cyberparents.or.kr)에는 청소년이나 학부모에게 유익한 사이트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정보통신윤리교육 강사를 배출하고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8일 정보문화의달 기념식장에서 국무총리상인 정보통신윤리상을 받았다. 주 단장은 "'그 작은 단체로 과연 인터넷을 정화할 수 있겠느냐'며 비웃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에는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극물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 어떻게 강물이 스스로 맑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인터넷시대에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일은 학교에만 맡겨둘수 없는 만큼 양식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02)761-4452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