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6일 화창한 날씨속에 주말을 맞은 회사원 박인호(34)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과천 경마장을 찾았다. 그동안 주말이면 피곤하단 핑계로 집에서 잠자기에 바빴지만 이날 만큼은 큰 맘먹고 이 곳에 갔다. 아내의 눈치도 눈치지만 모처럼 맞은 휴일인데 집에만 있을 거냐는 아들 녀석의 투정섞인 원망을 더 이상 외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좋을까. 놀이공원에나 갈까. 자주 갔는데 어디 좀 색다른 곳은 없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박씨는 한달전 회사동료들과 함께 갔던 경마장을 생각해 낸 것이다. 놀이공원에 비해 큰 돈을 들일 필요도 없이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경마장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특히 아들녀석이 질주하는 경주마의 모습에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연신 즐거워했다. 박씨도 자신의 돈을 건 경주마가 시원스레 질주하는 모습을 보니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박씨 가족처럼 적은 비용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방안으로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마를 통한 매출액만 4조6천2백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34%가 넘는 초고속성장이다. 올해 하루평균 입장객도 지난해보다 1만명 가량 늘어난 13만1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황금시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이같은 시장 급팽창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마나 경륜 등 이른바 럭비즈니스가 일반인들 사이에 더이상 도박이나 투기가 아닌 레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마사회 홍보실의 김종필 과장은 "올들어 고객서비스가 개선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스트레스도 풀고 레저로 즐기려는 가족이나 연인단위의 방문객이 특히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경마장이 위치한 과천은 청계산을 끼고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함은 물론 인근에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어 서울 근교에서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찾는 가장 인기있는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마공원 경주로 내부의 4만여평의 공간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중 무휴로 개방되는 놀이공원이 조성돼 있어 단순히 경마만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은 옛날 얘기다. 공원의 넓은 잔디와 산책로 인공폭포 분수대가 있는 연못과 20여개의 원두막 어린이 승마장 자전거도로 롤러스케이트장 등은 도시생활에서 느끼기 힘든 여유와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는게 마사회측의 설명이다. 한여름이 되면 야간경마라는 색다른 볼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다. 지난 89년부터 도입된 야간경마는 잠실야구장의 밝기 수준인 1천4백룩스의 조명이 푸른잔디를 비추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특히 젊은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장소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마사회는 야간경마를 축제마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풍물패공연 고객장기자랑 인기연예인 초청공연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오는 7월29일(토)부터 8월19일(일)까지 매주말 8일간 야간경마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