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가 본격적인 2세경영 체제의 돛을 올렸다. 하이트는 18일 창사 68주년 기념식에서 오너 2세인 박문덕(51) 회장 체제의 개막을 공식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올해 시장점유율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고의 품질로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도 새롭게 발표했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1일 인사를 단행, 친정체제 구축도 완료했다. 그가 이번 인사에서 초점을 맞췄던 부문은 마케팅 영업 등 핵심부문의 역량강화. 이를 위해 하진홍 전 마산공장장을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김명규 상무 혼자서 담당했던 기존의 영업, 마케팅, 기획 업무 가운데 기획부문을 맡도록 했다. 업무 재분장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박문덕 회장은 지난 93년 하이트맥주를 개발, 3년만인 96년 두산의 OB맥주를 2위로 끌어내린 "하이트 신화"의 주인공. 하이트맥주의 전신 조선맥주를 창업한 박경복 회장의 차남이다. 품질향상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아버지와 달리 기획, 마케팅, 광고, 홍보, 영업 등 다방면에 의욕을 보여온 그가 전면에 나선 이상 뿌리로부터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박경복 전 회장에 대한 예우 때문에 그동안 한걸음 뒤에 물러서 있었지만 최근 그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하이트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올해 2년째를 맞은 "하이트컵 여자골프 대회"를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챙기는 등 회사홍보를 강화했다. 지난해 월평균 7억원선이었던 광고비도 박문덕 회장이 공동회장으로 취임한 지난 3월이후 크게 늘렸다. "왕회장 밑에서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이트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발빠른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실은 탄탄하지만 변화에는 너무 둔감하다"는게 하이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였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내실경영의 대표주자. 지난 33년 전신인 조선맥주 창사 이래 제품개발이나 영업, 판촉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면 극도로 투자를 자제하는 "자린고비" 경영으로 일관해 왔다. 하이트의 이렇듯 조심스러운 행보에는 회사내에서 "왕회장"으로 통하는 창업주 박경복(79) 전 회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내실경영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박 회장의 개인적 카리스마가 지금의 하이트를 일궈낸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현재 서울 등촌동에 위치해 있는 하이트맥주 본사건물. 박 회장은 지난 99년 여름, 본사 영등포 공장부지를 매각한 뒤 유통 자회사의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하던 3백평 남짓한 지금의 건물로 이사했다. IMF 외환위기로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회사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내놓은 구두쇠 경영방침을 실행한 것. 그 결과 3백40%를 웃돌던 부채비율을 2백% 미만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당시 국내 최대의 맥주회사답게 서울 강남에 사옥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박 회장은 단칼에 잘라버렸다. 27년된 2층짜리 건물을 3층으로 개보수해 사용하다보니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회장 비서실까지 비가 새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런 하이트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박 전회장이 뇌일혈로 쓰러지면서부터. 이때부터 차남인 박문덕 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이 급물살을 탔으며 회사내부적으로는 박경복 회장의 2선퇴진이 기정사실화됐다. 하이트가 박문덕 회장체제로의 전환을 끝낸 시점과 맞물려 그간 조용했던 맥주업계에도 격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OB맥주의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었던 두산이 주식의 대부분을 외국기업에 팔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OB의 최대주주인 인터브루도 전열이 재정비되면 하이트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문덕 회장을 지켜봐 온 업계 관계자들 가운데는 "박 회장의 공격적인 성향으로 미뤄볼 때 조만간 "하이트가 죽느냐, OB가 죽느냐"할 정도의 "피튀기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박경복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계속 하이트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 프로필 ] 성명 : 박문덕(朴文德) 생년월일 : 1950.10.22 학력 : -68년2월 배재고 졸 -75년2월 고려대 경영학과 졸 경력 : -76년 조선맥주(주) 입사 -82년 조선맥주(주) 상무이사 -89년 조선맥주(주) 부사장 -91년 " 대표이사 사장 -98년 하이트맥주(주) 대표이사 사장(사명변경) -99년하이트맥주(주) 대표이사 부회장 -2001년 3월 하이트맥주(주) 대표이사 회장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