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회장이 마지막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GE-하니웰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4일 유럽연합(EU)은 GE가 제시한 자산매각안이 미흡하다며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자 웰치 회장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사실상 합병이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GE-하니웰 합병불가 우려로 이날 나스닥지수가 3% 이상 급락하는 등 미국증시는 'GE-하니웰 충격'에 휩싸였다. EU가 끝내 합병에 반대할 경우 이 문제는 미국과 EU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수 있다. ◇현재 상황=양사간 4백30억달러 규모의 합병계획은 지난 5월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EU측은 양사 합병시 엔진 및 관제시설 등 EU의 항공관련 시장이 합병회사에 독점될 것을 우려,하니웰의 자산(사업부) 매각을 승인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GE는 하니웰의 자산중 22억달러어치를 매각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EU의 마리오 몬티 반독점담당 집행위원은 자산매각액을 배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맞서 웰치 회장은 "합병승인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지만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며 합병승인 신청서를 제출 마감 시한인 이날 EU에 제출했다. 그는 합병작업을 지휘하기 위해 올 4월 퇴임하려던 방침을 수정,10월까지 회장직을 더 수행하기로 했다. 미국과 EU는 미국 및 EU기업들의 인수합병(M&A)시 상대 시장에 영향을 줄 때는 양측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쌍무협정을 맺었다. 이 때문에 GE와 하니웰 둘 다 미국 기업이지만 유럽시장에도 진출해 있어 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망과 파장=GE의 합병승인 신청서를 수령한 EU는 약 한달간 내용을 검토한 후 오는 7월12일까지 승인여부를 발표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EU의 승인거부 가능성이 90%라며 GE와 하니웰간의 합병은 결국 불발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EU간의 막후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그런 전례가 있었다. 1997년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의 합병때 EU는 독점을 우려,합병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간에 통상마찰이 격화되다가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EU는 결국 합병승인 결정을 내렸었다. 웰치 회장은 이미 부시 행정부에 지원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끝내 EU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철강문제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과 EU는 한차례 무역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