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열 < 벤처기업 고리텍 사장 > 지난 1일 휴대용 가요반주기(일명 가라오케) 1천억원 상당을 일본 가전업체 마쓰시타를 통해 수출키로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던 벤처기업 고리텍. 이날 김광열(51) 사장은 감회가 남달랐다. 23살에 사업에 뛰어든 그는 호텔 오락 등 수많은 사업에 손을 댔다. 사업 초기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만지다보니 한때 방탕의 길에 빠지기도 했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투자한 45억원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중 지난92년 우연히 휴대용 반주기를 개발중이던 기영전자와 인연이 닿으면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투자자금 유치를 도와주다 기영전자의 특허권 등을 인수,98년 고리텍을 설립했다. 그가 세운 44번째 기업이었다. 그는 무게 3백g에 불과한 휴대용 가요반주기로 일본을 비롯 세계시장을 휩쓸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1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부도위기를 맞았다. 운좋게 그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남의 도움만으로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일본의 김치판매회사,베트남의 유람선,아파트 등 자신의 모든 자산을 몽땅 털어넣었다. 때맞춰 수출 물꼬도 트였다. 2000년 초 일본 거래선과 처음으로 대량 수출계약을 맺었다. 기술 수출에 따른 로열티도 받았다. 일본에서 제품이 알려지면서 대형 가전업체들로부터 상담이 몰려들었다. 이들 가운데 결국 세계적인 종합 가전메이커인 마쓰시타를 수출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오는 8월 중국 최대의 장난감 완구회사인 룽창(龍昌)국제유한공사와 휴대용반주기 한 대당 50달러 내외를 받고 핵심 부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룽창은 월 50만대를 생산해 중국 전역에 판매할 계획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미국 수출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중국과 미국시장도 조만간 뚫릴 것으로 확신하다"며 "올 수출목표 5천만달러는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라오케의 공간적 제약을 없앤 획기적인 휴대용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목표다. 고리텍의 제품은 영상과 음성을 압축한 반도체 칩이 들어있는 마이크를 TV나 라디오에 연결,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김 사장은 또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이다. 45번째 회사다.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라며 또 한번 기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정도로 험난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는 회사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주식을 직원들에게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주고 밤을 새며 고생해 준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02)3275-1011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