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험프리(53) 주한영국 대사는 영국 외교부에서 최고의 아시아 경제통으로 통한다. 71년 주일대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21년간 일본과 터키에서만 근무해왔다. 작년 8월 부임한 그는 외자유치가 영국의 성공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외국 투자를 많이 끌어들인다. 전세계 FDI(외국인직접투자) 12%를 영국이 소화하고 있다. 외자 유치를 이처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IMF 금융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이후 대처 총리때부터 외자를 적극 유치, 영국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외자는 영국의 산업생산과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해 왔다" -초기 외자유치에 어려웠던 점은. "(영국 국내에서) 처음에는 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특히 영국의 노조나 일부 학자나 정치가들은 외국기업들이 국부를 빼았아 간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반대다. 해외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인 일본에 대한 투자설명회때 노조 간부들이 직접 나서는 등 노사가 합심해서 외자를 유치하고 있다. 외자가 영국을 살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은 외국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역차별을 우려하는데. "세계적으로 우수한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활동을 하려면 몇가지 메리트가 필요하다. 외국자본은 여러 국가들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과 환경을 비교할 것이다. 좋은 환경이 없다면 우수 기술이나 경영기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영국은 투자한 어느 기업도 영국업체로 간주하고 똑같은 대우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미 외자로 넘어간 회사를 방문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결실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분석한다. 외국투자는 국가 경쟁력과 생산력을 증진시켜 준다는 영국의 경험을 강조하고 싶다" -영국이 내세울 "세계일류"를 추천하라면. "영국은 시공을 초월해서 외부세계의 문화적인 장점을 도입하면서 항상 최고(最古)의 최고(最高), 최신(最新)의 최고(最高)를 지향해왔다. 영국 대학에서 수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전세계적으로 최고 회사들은 런던에서 사업하기를 원하고 있다. 문화와 인재와 기업을 끄는 매력이야말로 영국의 강점일 것이다" -또다른 핵심역량이 있다면. "영국은 산업혁명이후 연구개발부문에서 꾸준히 진전을 이뤄 왔다. 70명 이상이 노밸 과학상을 받는 등 기초 과학부문에서 강하다. 패션 뮤지컬 등 창조적인 산업에도 능하다. 영국 수출의 16% 이상이 문화예술부문이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시대와 함께 영국의 특화산업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금융산업도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평가받는데. "최근에 일본의 세계적 전자기업인 소니가 런던에 금융센타 개설했듯이 이제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제조업들도 런던에 모여든다. 세계의 모든 금융정보가 런던에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유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파리보다 더 많은 유로거래가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다. 뉴욕보다 미국계은행들이 런던에 더 많이 있다는 것도 런던이 금융의 중심지를 반증해 주는 사례다. 만일 영국이 외국인들의 자본을 유치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국 국민을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한국과 영국은 많은 분야에서 서로 비슷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 규모와 지정학적 위치등에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간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