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린룸용 패널(벽칸막이) 제조업체인 삼우EMC의 정규수 사장은 늘 "댐식 경영"을 강조한다. 댐에 물을 채워넣은 뒤 필요할 때마다 물을 내보내듯 회사도 자금을 비축했다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한다는 얘기다. 정 사장의 "댐식 경영"은 삼우EMC의 재무구조에서 잘 나타난다. 이 회사의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 75%에 불과하다. 반면 유보율은 무려 5백80%에 달한다.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보니 웬만한 외풍에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는다. 삼성 현대 등 국내 반도체공장 클린룸의 85% 이상이 이 회사 자재로 지어졌다. 의약품 연구소 등 청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수십개의 국내외 기업도 삼우EMC의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정 사장이 삼우EMC를 설립한건 지난 77년.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하던 가구사업에서 힌트를 얻어 처음에는 건축자재용 경량 칸막이를 생산했다. 그가 클린룸용 칸막이 생산에 눈을 돌린 것은 일본을 돌아보고 온 뒤다. 반도체 공장에선 클린룸이 반드시 필요하고 한국도 언젠가는 일본처럼 반도체사업 붐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 분야에 진출했던 것이다. 이 회사가 세계적인 클린룸 패널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기술개발로 다양한 첨단제품을 생산한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특허제품인 "무정전 내장패널"은 정전기를 없애 아주 미세한 먼지조차 벽에 달라붙지 않게 만든 제품이다. 이밖에 패널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없애 초청정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노코킹시스템" 등 차세대 첨단 클린룸용 설비의 개발에 주력해 왔다. 정 사장은 육영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현재 이천여자정보고등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는 9월에는 정보기술(IT)대학인 다산정보대학의 기공식을 갖는다. 2003년에 개교하는 이 대학을 통해 IT전문인력 육성과 산.학협동 활동을 활발히 펴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백13억원, 당기순이익 64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은 작년 5백만달러에서 올해 7백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 사장은 "향후 중국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10년안에 15개의 해외지사를 설립해 연간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 프로필 ] * 43년 전남 무안 출생 * 69년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졸업 * 77년 삼우EMC 창업 * 93년 다산학원 이천여자정보고등학교 설립 * 95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 96년 제1회 중부기업 경영대상 수상 * 96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 97년 서강대 경영회계연수원 수료 * 2000년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수료 * 2000년 고려대 산업정보대학원 반도체 최고위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