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 일본 정부는 11일 지난 1·4분기(1~3월)에 마이너스0.2%(전분기 대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상치는 0.1~0.3%였다. 2000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 마지막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2000회계연도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1.2%)에 못미치는 0.9%에 그쳤다. 엔화가치와 주가는 경기침체 우려로 떨어졌다. 지난주말 달러당 1백20.44엔이던 엔화는 이날 1백21.30엔까지 하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2백3.74엔 (1.5%) 빠진 1만3천2백26.48엔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 의미와 배경=일본 경제가 약 2년 만에 다시 침체사이클로 접어 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1999년 하반기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기술적인 경기침체를 겪었었다. 전문가들은 현 2·4분기(4~6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4분기에 비해 여건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지속중이고 유럽 경기 둔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 배경이었던 일본의 수출부진과 기업들의 투자축소 현상이 2·4분기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엔화 및 국제금융시장 영향=강보합세를 유지해온 엔화가치의 하락세가 불가피해졌다. 엔화는 지난 보름동안 달러당 1백20엔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4월초의 연중 최저치(1백27엔)에 비해 많이 회복됐다. 그러나 1·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 탓에 엔화강세 기조가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엔화가 다시 1백25엔선으로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환율 전략가 케네스 랜던은 "일본의 경기침체 우려로 향후 1개월내에 엔화가 1백2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다 해도 그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말해 1백30엔대로 급격히 추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럽 경제가 예상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고 미국 경제도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국제자금 흐름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시장에서 이탈한 국제자금의 일본 유입세가 주춤해지고 동시에 일본자금의 해외유출은 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