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제2공장의 생산중단은 그 피해가 이 회사 한곳에 그치지 않고 여천 석유화학단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칫하면 여천NCC로부터 원료와 동력을 공급받는 인근 14개 화학업체들이 일제히 공장가동을 멈춰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2공장 외에 1공장은 75%, 3공장은 완전 가동되고 있지만 언제 생산을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관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천NCC 관계자는 "대림산업 한화석유화학 등이 이미 일부 품목의 생산을 줄인데다 재고가 1주일분 밖에 없어 1,3공장에서 나온 물량을 나눠 공급한다 해도 2공장의 생산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여천단지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천NCC는 노조파업 이후 2백여명의 비조합원들을 2교대로 투입, 비상체제로 공장을 돌려왔다. 하지만 2공장이 노조의 조종실 점거로 생산을 중단하고 1공장도 가동율이 75%로 낮아진 상태에서 노조에 장악됐다. 3개 공장중 3공장만 비조합원에 의해 정상가동되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의 나프타분해시설을 통합해 지난 99년말 출범한 회사로 연산 1백35만t의 에틸렌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국내 에틸렌 생산량(5백20만t)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피해상황 =여천NCC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대림산업의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한화석유화학의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및 옥탄올, 폴리미래의 PP(폴리프로필렌)공장 등이 생산을 축소했다. 특히 여천NCC에서 동력을 공급받는 호남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한국바스프 등 6개 업체는 동력공급이 중단될 경우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공장의 가동중단 사태가 한달간 지속될 경우의 피해규모는 여천NCC가 5백70억원에 이르고 여천단지 전체로는 2천3백억원(내수 1천2백70억원, 수출 1천3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산업자원부의 추산이다. 쟁점은 뭔가 =노조측은 최고 2백90%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엔 노조간부 등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맞서 성과급은 최고 2백%이상 지급할 수 없으며 불법.폭력적인 파업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부터 광주지방노동청의 중재로 몇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노사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불법적인 파업 및 공장점거에 대해선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칫 엄청난 사고를 부를 수 있는 화학공장의 특수성 때문에 공권력 투입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