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4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여부는 하반기 금융부문의 채무만기 도래에 대한 대응과 기업부채비율문제 등을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P사의 북아시아 지역 기업 및 정부 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는 로버트 리차즈전무는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기업부문 개혁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비교대상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이 워낙 나빠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며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차즈 전무는 "한국정부의 적극적 개혁추진은 바람직하나 특정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채비율 감축을 요구하거나 재무구조 또는 채무 만기구조 불일치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는 예측할 수있는 전망을 가능케하는 법적 체제나 분쟁조정체계를 마련하는 등 미래를 위한 성장환경을 구축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의 예로 하이닉스반도체를 지적, "현대전자와 LG전자가 합병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여러가지 과제를 야기하게 됐다"면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도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니며 채권만기를 연장하는 등 효과적 재무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리차즈 전무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다른나라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경우 기업 소유구조에 변화를 꾀하고 사외이사제 도입 등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이 있는 나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기업부문의 관행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뒤쳐져 있어 개선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차즈 전무는 "신용리스크의 정확한 평가는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나 현재 한국기업의 공시기준은 적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 기업부문의 회복 여부는 리스크를 명확하게 알리고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