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울산공장 등의 노사분규와 오는 12일의 노동계 연대 파업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요청대로 파업 사업장에 즉각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자칫 노동계의 더 큰 반발과 여론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사태를 방치하자니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회 관계 장관 회의를 갖고 해법을 모색해 봤으나 '자율해결'이라는 원칙론만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만 것도 이런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재계 ] 경총 등 경제5단체는 이번 노동계의 파업이 우리 경제를 되돌아올 수 없는 길로 내몰 수도 있다며 연일 정부의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수출이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파업을 그대로 놓아 둘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더구나 외자 유치와 대우차 매각 문제 등 민감한 협상들이 곳곳에서 진행 중인 터에 불법 파업과 화염병투척 등 과격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국가 전체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총의 고위 관계자는 4일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행위에 대해 정부가 일벌백계식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만 노사분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 ] 정부 관계자들은 "재계측 주장은 수긍이 가지만 그렇다고 당장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경 진압으로 선회할 경우 '노사 자율해결'이라는 지금까지의 일관된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처 방식에 따라서는 노동계의 투쟁 열기만 북돋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12일의 연대파업과 효성 울산공장 사태를 계속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노동계의 파업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고 여론의 화살이 노동계에 쏟아질 때쯤 '칼'을 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말하자면 여론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공권력 투입 등 결단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대우차 진압사태 때와 같은 '실(失)인심'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재계는 '그렇게 좌고우면하면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 노동계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재계가 정권 말기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노사가 성실히 교섭한다면 아직도 해법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정부를 '해결사'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측의 입장을 지켜보면서 투쟁 수위를 조절한다는 복안이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