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5+3 원칙"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나서면서 또다시 불붙는 듯했던 정부와 재계간 대결 양상이 4일 양측 수뇌부의 긴급 진화로 일단 봉합됐다. 재계는 정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한 집단소송제에 대한 반대서명 운동도 일단 보류키로 했다. 좌 원장은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세미나에서 "기업투명성 제고 등 '5+3' 원칙은 도대체 무슨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정부가 그동안 '깨뜨릴 수 없는 성역'으로 지켜온 '5+3 원칙'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전경련측에서 집단소송제도와 관련, "경제5단체 공동으로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며 분위기를 대정부 선전포고쪽으로 몰고 갔다. 그러자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며 "상장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재계가) 굳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논리나 대화로 풀어야지 서명운동 같은 걸 해서는 안된다"며 "경제5단체장은 (기업개혁 원칙을 지키겠다는) 성명서 발표에 그치지 말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노동계 총파업의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회동에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서명운동과 관련, "괜히 정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며 전경련측 참석자(김각중 회장, 손병두 부회장)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박 회장은 이날 상의 주례 임원회의에서도 "언제 상의가 서명운동에 동의한 적 있느냐"며 언론보도를 시정하지 않은 간부들을 질타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전경련은 "집단소송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고 부작용을 막을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한발 후퇴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기업투명성 제고 등 '5+3' 원칙을 준수한다는게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기본 방침"이라며 "정.재계 갈등재현 보도는 확대포장됐다"고 강조했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도 "참여연대가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해 작년부터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였기 때문에 경제계도 도입 반대 서명운동을 검토했던 것일 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구학.김인식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