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맥을 못추고 있다. 달러는 물론이고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올해는 미국을 제치고 유럽의 시대가 될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유럽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을 못추는 유로화는 세계 경제의 짐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 추락하는 유로화 =지난달 31일 유로화 가치는 전날의 유로당 0.8568달러에서 0.8470달러로 급락, 6개월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의 유로 약세를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다고 언급, 유로화는 더욱 떨어졌다. 올들어 3월까지 유로화는 0.90~0.95달러에서 움직였다.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도입 12개국) 경제는 그런 대로 잘 나갈 것이라는 기대로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5월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잇따르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앞으로 유로화는 사상 최저였던 작년 10월의 0.8230달러를 지나 0.80달러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 세계 경제 영향 =유로화 추락은 세계 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 우선 미국과 일본 통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유럽 기업들에 대한 미·일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다. 작년말 유로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미 기업들의 수출 부진 우려로 미 증시가 급락했었다. 따라서 최근의 유로 약세는 다시 미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유로존에는 유로 약세가 유럽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뒤젠베르크 ECB 총재가 낮은 유로화 가치에도 별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유로 약세-수출경쟁력제고-수출확대-유럽경기회복'의 기대감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로 약세는 유로존 경제에 부담도 된다. 먼저 수입물가가 상승, 인플레율이 높아진다. 그결과 금리 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쓰기가 어렵다. 또 외자도 빠져 나간다. 외국인들이 유럽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차익을 냈다 해도 유로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결국에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외자 유출은 유럽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유로화가 더 떨어지면 작년 9월처럼 미국 일본 유럽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 유로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