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하고 집까지 압류당하자 자동차 한 대와 핸드폰 하나로 재기하는 벤처 중소기업 사장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동력을 갖추고 정보 접촉만 신속하게 이뤄지면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던 에센시아의 신충식(41) 사장은 지난 98년초 판매부진으로 회사문을 닫았다.

갈 곳 없는 그는 부인과 함께 회사에서 쓰던 9인승 승합차에 이불과 취사도구 등을 싣고 서울시내를 떠돌아 다녔다.

그가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것은 핸드폰 1대뿐이었다.

두달 뒤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속옷조차 못 갈아입는 자신의 눈물나는 처지를 토로하면서 "양치질도 그냥 한강물에서 하고 산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칫솔 속엔 몸에 해로운 균이 엄청나게 많으니 조심하라고 얘기했다.

여기에 힌트를 얻은 그는 친지들의 도움으로 칫솔 살균기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에센시아 칫솔 살균기"는 올들어 일본 도시바 브랜드로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본 도쿄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미국 체코 도미니카 등에도 수출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약 50억원.

대구에서 산업용 보일러 설치업을 하던 이창흠(36) 사장은 지난해 4월 홍성염직에 산업용버너를 설치해 주고 받은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살던 아파트까지 압류당했다.

그는 부인과 자식을 처가에 보내고 자신은 1t 트럭 한 대에다 갖가지 공구들을 싣고 다니면서 핸드폰으로 가정용 보일러를 수리해 주는 사업으로 연명했다.

그는 지난 2월초 삼해정밀화학의 수처리 플랜트 공사를 맡으면서 재도약했다.

이것이 모바일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