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시대다.

현대산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은 투자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는 디자인의 힘을 모두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디자인 파워가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어떤 회사 어떤 제품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시대에는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디자인을 가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통망이나 자금력 등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내 주요 제품군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디자인 파워(KDPI)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5개 제품군이 많은 46개 제품군,1백32개 품목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 조사에서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욕구를 분석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가 인식하는 국내 제품의 디자인 파워는 68.94점으로 지난해의 63.1점에 비해 5.94점(9.3%) 높아졌다.

소비재 디자인 수준도 작년의 64.3점에서 69.53점으로 향상됐으며 내구재 부문도 62.7점에서 68.59점으로 올라갔다.

소비자들은 특히 멀티미디어 통신기기 및 가전 제품군이 주종인 내구재 부문에서 신제품을 중심으로 디자인 수준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상품 디자인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독창성과 혁신성이 떨어져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부문별로는 중형차(73.8),부엌가구(69.9),바닥재(69.8),가스오븐렌지(68.1)등의 KDPI지수가 높았고 소비재 부문에서는 신사정장(70.4)이 1위를 차지했다.

중형승용차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뉴 EF쏘나타,경승용차 부문에서는 대우자동차판매의 마티즈II,미니밴 부문에서는 기아자동차의 뉴 카니발이 디자인 파워 1위로 선정됐다.

아파트부문에서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이 선정됐으며,프로젝션 TV부문에서는 LG전자의 엑스캔버스가,김치냉장고 부문에서는 만도공조의 딤채,에어컨부문에서는 만도공조의 위니아가 뽑혔다.

특히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TV(34인치이하) 부문과 비디오부문 등 9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닥재부문에서 LG화학의 좋은세상,벽지부문에서는 LG화학의 모젤이 디자인 파워 1위로 선정되는 등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LG화학이 선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형태.감성.기능지수 등 3가지 디자인의 핵심요소 가운데 국내 제품은 감성지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디자인의 감성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최고경영자들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디자인 철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생활스타일에 대한 분석과 수요를 파악,체계적인 디자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기업은 생산과 유통을 글로벌화하면서 상품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차별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21세기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기술의 보편화,평준화가 이뤄지면서 디자인이 소비자의 생활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디자인의 가치가 제품개발 과정의 한 부분으로 역할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기업과 제품의 질적 가치를 높여주는 핵심요소로 부각될 것이란 얘기다.

능률협회 컨설팅 관계자는 "앞으로 디자인이 상품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면 디자인 파워가 곧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