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익스플로러 차량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에 대한 리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타이어메이커들이 "생산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미 경영전문지 포천 최신호(5월28일자)에 따르면 피렐리,굳이어 등 유수 타이어업체들은 최근 시간 소비가 크고 공정이 복잡한 기존의 타이어 제조방식에서 탈피,로봇공학과 최신 자동화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굴지의 타이어업체가 졸지에 "불량품 메이커"로 전락해버린 "파이어스톤 사태"와 같은 불미스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한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혁신의 배경=타이어 생산은 공정이 복잡하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완성된 부품들을 조립하는 식이 아니라 고무를 가공하는 일부터 기본적인 뼈대 만들기,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몰딩 작업까지 일일히 다 챙겨야 한다.

게다가 그동안 타이어업체들은 대부분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보다는 "비싼" 기계를 쉬지 않고 돌리는 데만 급급해왔다.

그러다보니 재고를 최소화하는 JIT(Just In Time) 방식이나 로봇을 이용한 첨단 기법 등을 도입하는 데 뒤처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량 타이어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생산공정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 여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타이어 생산에 필수적인 원유 등 재료값은 상승했는데 정작 타이어 판매가는 떨어지고 있는 것.

1980년대에 63달러 정도 하던 타이어 한 개당 가격은 현재 39달러선으로 내려갔다.

또 타이어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쯤되니 타이어메이커들로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생산방식을 모색하는 길 외에는 별 도리가 없을 수 밖에.

<>개선의 움직임=이탈리아 최고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는 혁신의 "선두주자"다.

최근 피렐리의 밀라노 공장에 들여진 새로운 생산라인에는 8대의 로봇이 "살림"을 도맡아하고 있다.

MIRS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로봇 시스템을 이용하면 타이어 생산에 걸리는 총시간이 72분밖에 안된다.

기존 공장에선 꼬박 6일이나 걸린다.

이로인한 비용절감은 25% 정도가 될 것으로 이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고객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MIRS에 의해 만들어지는 타이어는 이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일류 자동차 브랜드들로부터 "OK" 사인을 받아낸 상태.

피렐리는 총 4억달러를 투입해 독일 등 4개 다른 해외 생산기지에도 곧 MIRS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 타이어메이커인 굳이어도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룩셈부르크 공장에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들여놓았다.

소위 "임팩트 시스템"이라 불리는 굳이어의 자동화 라인은 로봇 수준은 아니지만 복잡한 제조 공정을 일사천리에 해결할 수 있다고.

굳이어는 지난 3년동안 이 시스템을 개발.설치하는데 5억달러가 넘은 돈을 투자해왔다.

룩셈부르크 공장을 실험적으로 운영해본 결과 품질이 더 우수할 뿐 아니라 생산비용이 20% 정도 절감되고 인력도 42%나 덜 소요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굳이어는 오는 2004년까지 전세계 7개 공장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