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지금 슈퍼마켓과 기존 주유소 사이의 ''가솔린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에 넣는 가솔린값이 급등하면서 월마트 코스코(프라이스클럽) 등 미 전역에 걸쳐있는 할인매장이나 슈퍼마켓에서 가솔린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고 이에 맞서 기존 주유소들은 외관을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주유소안에 있는 매장을 대형화 고급화하고 있다.

슈퍼마켓과 할인매장의 무기는 가격경쟁력.

이들은 ''브랜드 가솔린''을 비싸게 사야 하는 일반 주유소와는 달리 도매상으로부터 브랜드가 없는 가솔린을 대량으로 구입할수 있다.

게다가 가솔린을 싸게 팔더라도 이를 일반 상품판매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어 가격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아이다호주에서 1백66개의 자체 주유소를 갖고 있는 슈퍼마켓체인 알버트슨은 일정 상품 이상을 구입하면 무료로 가솔린을 넣어주고 있다.

사우스텍사주의 H E 버트 그로서리도 같은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회사에 ''가솔린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들어준 FMS란 소프트웨어회사는 "가솔린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상품마케팅을 실시할 경우 매출이 25~30% 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89개의 샘스클럽과 3백41개의 할인매장에 자체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내년까지 4백80개 샘스클럽 전체에 주요소를 설치하고 할인매장주유소도 2백개 더 늘릴 계획이다.

슈퍼마켓과 할인매장에서 가솔린을 팔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전.

그러나 지난해 벌써 3%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올해는 5%, 2005년까지는 1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란게 콜로라도주에 있는 에너지가격분석협회의 전망이다.

이같은 대대적인 공세에 위협을 느낀 기존 주유소들도 적극적으로 수성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고품질 서비스와 친절.

BP아모코는 최근 각 주유소의 로고를 새롭게 바꾸고 주유펌프 위에 주요뉴스와 날씨 운전방향 등을 리얼타임으로 알려주는 인터넷 사인보드를 설치했다.

일부 석유회사들은 아예 슈퍼마켓과 제휴관계를 맺어 주유소에 있는 매장에서 식품을 구매토록 하고 있다.

주유소의 슈퍼마켓화인 셈이다.

슈퍼마켓의 주유소화''가 성공할지, 아니면 ''주유소의 슈퍼마켓화''가 자리매김할지는 앞으로 가솔린값의 향방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