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잇단 금리인하로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 등 국제귀금속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인플레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국제 금값은 18일 9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정유업체의 공급중단 설(說)까지 겹쳐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상승,인플레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6월물은 온스당 13.80달러 오른 2백87.80달러에 마감,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온스당 2백88.50달러까지 치솟았다.

금값 상승의 영향으로 다른 귀금속들도 동반상승했다.

은 7월물은 온스당 4.577달러를 기록, 8.2센트 올랐으며 백금 7월물도 1.10달러 상승한 온스당 6백16.30달러에 마감됐다.

이와 관련, 알라콘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이날의 금값 상승은 기술적 상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국가의 잇단 금리인하 행진으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올들어 다섯번째 금리인하로 시장금리와 인플레율이 비슷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보유자산을 주식 등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에 민감한 상품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증시 회복을 위한 FRB의 금리인하 정책이 거꾸로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예상치보다 조금 낮은 0.3%에 그쳤지만 연율로는 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년동안의 연간 2.5~2.7%에 비해 크게 높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억제목표치 2%를 훨씬 웃도는 2.9%에 달하고 있다.

금값 급등세는 인플레 심리 때문만은 아니다.

금의 유통물량이 줄어들고 COMEX의 재고량이 지난 1.4분기에 전분기보다 4천9백83온스(0.6%) 감소한 것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인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약(藥)''의 효력이 있는 반면 인플레를 유발하는 ''독(毒)''의 기능도 있다.

ECB가 투자자들과 세계 주요국가들의 압력에도 불구, 추가 금리인하를 꺼리고 있는 것도 성장 둔화보다 인플레를 더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